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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人文學의 위기자초



 

인문학의 위기를 외치는 목소리가 세를 더해가고 있다. 실용학문에 밀려 푸대접에 시달리더니 이제는 구조조정의 대상으로까지 내몰리게 되자 참다못한 인문학자들이 점잖음의 태를 버리고 항변을 하고 나선 것이다.

 

인문학의 냉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또한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현상도 아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의 상황변화가 너무나 급작스럽고 그 후유증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특히 인색하다는 점일 것이다.

 

허나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인문학자들 스스로 인문정신을 저버림으로써 사회로부터 뿐만 아니라 학생들로부터 따돌림당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기 전공의 중요성만 강조했지 함께 키워가야 할 주변학문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으며, 구체적인 삶과의 연계성에 대해서도 고고한 냉소를 일삼았다. 자기 전공부뿐만 열심히 하면 나머지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화롭게 되리라는 비인문학적 기능주의에 안주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학이 철학을 동한시하고 철학이 역사를 경시하는데 누가 그들을 챙겨주겠는가? 문학이론의 이름으로 문학을 ‘낯설게 하고’ 언어학의 이름으로 언어를 소외시키는 마당에, 구체적인 삶을 도외시하는 철학이나 현실역사에 아랑곳하지 않는 역사학을 무엇이 좋아 거들고 나서겠는가?

 

이번 동학 국제학술대회에 대한 이 지역 인문학자들의 무관심은 이런 상아탑주의의 전형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전공과 연계성이 없는 많은 학자들이 일본과 중극 등지에서 참가를 했는데, 정작 이 지역에서는 역사학자들마저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이유는 단 하나, 자기 전공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기 전공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투자를 요구하는 것이 모순이 아닌가? 스스로 주변 인문학을 냉대하면서 인문학의 위기를 외치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닌가? 인문학 위기의 시대에 참다운 인문정신의 회복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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