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법보 종찰인 해인사(주지 세민스님)에 조성할 높이 43m의 청동좌불상을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당초 ‘청정 수행도량에 걸맞지 않은 대형불사’라는 재가불자들의 불만에 그쳤던 것이 승단내 중진스님의 노골적 비난과 이에 발끈한 해인사 수좌들의 집단 항의소동과 반박, 그리고 재반박으로 이어지며 세간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접점을 찾기 힘든 논쟁의 정점에는 실상사 수경 스님(지리산 살리기 국민행동 상임대표)와 해인사 선각스님이 자리하고 있다.
수경스님은 지난 20일 ‘현대불교신문’에 ‘자웅·성철의 죽음을 곡한다’는 글을 기고했다. 수경스님은 이 글에서 “자운과 성철 큰스님이 속물주의 상징인 최대불상을 모시라는 유지를 남겼다는 것은 천부당 만부당하다. 수행도량 해인사가 타락하는데 선방 수좌들은 왜 침묵하나”라고 주장했다.
특히 수경스님은 “사자(자운·성철)는 토끼 새끼를 낳지 않는다”며 대불 건립에 침묵한 해인사 선승들을 토끼에 비유, 직격탄을 날렸다.
수경스님은 이어 △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고려대장경의 가치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창조적인 가꿈으로 눈을 돌려라 △인류사회를 위기로 몰고 있는 물량제일주의를 부채질하는 최고 최대의 등상불 불사가 아니라 계율과 수행과 정법이 우선돼야 한다 △계율로써 스승을 삼고 살불살조의 수행가풍을 살리는 불사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해인사에 제안했다.
이 글은 즉각 해인사 선각 스님 등 30여명의 선방 수좌들이 실상사로 몰려가 수경 스님의 집기를 부수는 ‘실상사 난동’을 야기했다. 선각스님은 분을 삭이지 못한 듯 22일 인터넷 신문인 ‘붓다뉴스’에 ‘악성 비구는 침묵으로 대처하라’는 글을 기고하며 맞섰다.
선각스님은 “대불을 반대하면 선이요 침묵하면 무사안일이라는 흑백논리는 환경종(環境宗)에나 해당되는 말이지 조계종에까지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선각스님은 또 “일찍이 부처는 말세에 악한 성품을 가진 비구가 나타나거든 침묵으로 상대말라고 당부했다”는 설법을 상기, 수경스님을 악한 비구로 내몰았다. 실상사 난동에 대해 사과는 커녕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선언인 셈.
이와 관련 수경스님은 최근 자신의 문제제기가 불교계 내홍으로 확산되자 당혹스러운 심경을 내비쳤다. 조계종의 내분이나 파벌을 조장하기 위해 대불건립을 반대하는 글을 쓴 것이 아닌데도 세속에는 불교계가 종파싸움에 휩쓸리고 있는 것처럼 보여 안타깝다는 것. 수경스님은 불교계에서 발생한 논쟁인만큼 내부에서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아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동대불 건립 논란은 발단이 됐던 수경스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제2,3라운드로 확산되고 있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의 효림 스님도 인터넷 ‘불교정보센터’에 ‘수좌들의 죽음을 곡하노라’는 특별 기고를 통해 “수경 스님의 글이 아무리 마음에 안들어도 해인사 수좌들이 폭력을 동원해서는 안됐다. 해인사 수좌들은 양아치 수준도 못된다”며 “해인사 수좌들이 홍위병같은 돌출행동으로 스스로 자살, 전국의 수좌들을 다 죽였다”고 비난했다.
또 성철스님의 맏상좌였던 천제 스님은 “대불을 만드는 것은 성철 스님의 뜻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 해인사가 내세운 ‘자운·성철 큰스님의 유지’라는 주장에 쐐기를 박았다.
원색적 반박 릴레이를 낳으며 대결구도를 그려온 해인사 청동대불 건립 논란은 최근 전국선원수좌회 등 여러 단체에서 중재를 자임하고 나서고 있지만 이와 관계없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