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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교수가 해학으로 풀어낸 고전



 

원로학자 김준영교수가 수필집 ‘잔잔한 웃음’을 펴냈다.(학고재) 평생을 고전문학과 함께 해온 노교수가 일상을 살면서 생각하고 느끼고 깨우쳤던 삶의 풍경들이 담긴 책이다.

 

삶을 관조하는 여유, 해학과 기지로 풀어내는 삶의 묘미

 

원로고전학자 김준영교수의 ‘잔잔한 웃음’

 


 


 

1920년 출생이니 올해 여든둘. 그러나 지금도 전북대 대학원에서 고전문학과 서지학 등을 강의하면서 학문에의 열정을 쏟고 있는 노교수의 삶과 사상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수십편의 글들은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잔잔한 웃음을 머금게 한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대체로 50대부터 틈틈히 써낸 산문들이다.

 

“젊은시절의 글들은 너무 감상적이어서 내놀을만한 것이 못돼요. 책이란 무릇 재미가 있고 얻는 것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어요? ”

 

일상적인 삶속에서의 쓰여진 글들이지만 평생 연구하고 가르쳐온 고전문학이나 국어와 관련된 글이 배제되었을리 없다.

 

‘논에 가면 갈이(갈대가) 원수, 밭에 가면 바래기(바랭이풀) 원수, 집에 가면 시뉘 원수, 세 원수를 잡아다가 참실로 목을 매어 범 든 골에 놓고지나’

 

해학과 기지가 넘치는 설화와 속담을 통해 노교수가 풀어놓는 세상사는 정감이 넘친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나 동물을 따뜻한 시선으로 관찰하면서 그것을 무심히 넘기지 않고 그 속에서 진리를 읽어내는 지혜를 깨우치는 노교수는 생명의 신비에 감탄하는 범신론적 자세의 겸허함을 보여주다가도 어떤 힘든 상황에 부딪쳐도 무작정 괴로워하기보다는 자신을 조용히 관조하는 것의 현명함을 신선하게 깨우쳐 주기도 한다.

 

우리의 고사성어나 한국의 풍수설화를 주제로 한 26편의 글은 우리 생활속에서 잊혀져가는 한국적 언어와 정서의 아름다움과 독창적 의미를 감칠맛 나게 전해준다.

 

글의 한중간에서 만나는 소박하고 친근한 문구들은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주는 미덕.

 

‘술을 즐기는 사람은 거의가 간이 좋지 못하다. 의사는 술을 끊으라고 하지만 그러고 보면 살맛이 없고, 먹으면 해롭고 그야말로 도깨비가 두꺼비를 보고 우는 격이다. 술을 먹을지라도 안주를 많이 먹으면 간이 보호된다는데 술꾼치고 안주가 잘 먹히지 않으니 맛있다는 것이면 구해서 많이 먹는 것이 상책이므로 술꾼은 식도락을 겸해야 한다고 한다.’

 

노교수는 스스로 ‘술마시는 재주만 있지 말재주와 글재주는 없어 이 책도 독자들에게 어떠한 감흥을 줄 수 있을지 망설여진다’지만 독자들은 군데 군데서 만나는 솔깃하고 구수한 이야기들에 어느새 마음을 열게 된다.

 

익산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김교수는 가람의 추천으로 전북대 대학원에 입학해 고전을 전공한 고전문학의 거두다. 56년부터 전북대 교수로 재직해 85년 정년퇴임 이후에도 줄곧 강단에서 서온 노교수는 가장 큰 행복을 ‘제자가르치는 일’로 꼽는다. 이 지역에서는 웬만큼 알려진 ‘술사랑’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나이에 책읽는 일만큼 좋은 소일거리는 없어요. 여기저기서 책을 보내 오니 부러 구하려 나서지 않아도 되고. 그러다 술한잔하는 즐거움이 낙이지요.”

 

노교수가 귀띔해주는 건강 유지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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