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피서철만 되면 바다와 산이 들썩거린다. 수많은 사람들은 ‘문화를 즐기는 피서’엔 관심이 없다. 해수욕장에서, 계곡에서 놀고 먹고 마실 뿐이다. 며칠을 피서지에서 정신없이 떠들고 놀다가 일상으로 돌아오면 그만이다.
일그러진 일반적인 피서문화를 바꿔 보려는 행사가 기획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행위예술가 심홍재씨(40)가 여는 ‘한 여름밤의 축제’. 18일과 19일 이틀동안 선녀와 나무꾼 전설이 깃든 천등산 선녀봉에서 펼쳐지는 이 행사에서는 퍼포먼스와 락페스티벌, 플라멩고가 하나로 어우러진다.
심씨는 지난해 가을 추령 장승촌에서 열었던 ‘퍼포먼스 보러가는 가을여행’과 같은 맥락에서 기획된 행사라고 소개했다.
“피서지에서는 접할 수 없는 문화를 일반인들에게 소개, 일그러진 피서지문화의 대안을 제시해보고 싶었어요. 한가지 테마가 설정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모여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고 봅니다”
행사 차량이 18일 안산과 수원, 전주(예술회관)를 차례로 거치며 참가자를 태운 뒤 선녀봉에 도착하면 축제의 막이 오른다. 첫 무대는 락페스티벌. ‘적벽돌’등 전주지역 언더그라운드 두개팀이 참여, 참가자들의 가슴을 울리는 락음악을 선보인다. 또 드럼리스트 이철환씨가 20분동안 팔과 다리 등 온몸을 써가며 타악기를 연주하고 통기타 연주자도 무대에 오른다.
캠프파이어와 함께 이어지는 무대는 ‘한국인의 신앙-자연사랑’을 주제로 한 퍼포먼스. 작가는 수도 보온덮게와 폐자재를 활용해 만든 곤충껍질 의상을 입고 나와 ‘허물벗는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한다.
피서지마다 넘치는 쓰레기로 홍역을 치르는 그릇된 문화를 지적하고 새로운 의식전환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은 캠페인적 성향의 퍼포먼스라는 것이 작가의 설명.
행위예술가 김섭환씨(수원)도 자연사랑을 주제로 20여분 동안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이어 백운지 한국플라멩고협회장과 스페인 댄서 한명이 정열적이고 환상적인 플라멩고를 무대에 올린다.
작가는 이 축제가 참가자들이 예술이나 문화를 쉽게 받아들 일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이를 위해 되도록 많은 문화예술인을 행사에 초대, 참가자들이 그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할 계획. 아동문학가 신천희씨와 문인 김문기씨 등 타지 문화예술인을 비롯해 도내에서는 쿼터그룹 회원들이 다수 참여한다.
심씨는 또 오는 10월초 한국화가와 서양화가, 설치미술가, 음악가, 평론가 등과 함께 미국 서부지역을 순회하며 ‘동양과 서양, 인간과 인간, 자연과 인간’을 주제로 퍼포먼스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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