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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합작영화 ‘밤을 걸고’.. 군산외항서 촬영



 

군산시 소룡동 지방산업단지내에 위치한 옛 우민주철 부지. 담장밖은 공장에서는 토해내는 소음과 원자재를 가득실은 화물차량들이 꼬리를 물지만 이 곳은 1950년대 후반의 일본 오사카 빈민부락이다.

 

나무로 사방을 막고 양철로 덧댄 일본식 판자집인 ‘바라크’가 80여채 옹기종기 모여있다. 판자집 사이에는 어른 한사람이 간신히 지날수 있는 골목이 미로처럼 얽혀 있고, 어디서 구했는지 일본식 전봇대가 일렬로 정렬해 있다. 한켠에는 길이가 1백30m나 되는 강물과 철길도 놓여있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강에는 짜디짠 바닷물이 담겨져 있다. 인근 외항에서 바닷물을 끌어왔기 때문.

 

하필이면 서해안시대의 전진기지라는 군산외항에 판자촌이 들어선걸까.

 

한일합작영화 ‘밤을 걸고’의 촬영을 위한 오픈세트장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축구대회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한일합작영화로 제작중인 ‘밤을 걸고’는 지난 11일 크랭크인한 이래 초반작업이 진행중이다.

 

이 영화는 2차대전 당시 아시아최대의 병기공장이었던 오사카 조병창(造兵廠) 인근에 사는 조선인들이 병기 잔해를 훔쳐 팔면서 겪는 애환을 그리고 있다. 영화촬영을 위해 1958년 오사카의 조선인촌락이 군산에 그대로 옮겨진 것. 일본배우와 스탭이 1백여명, 한국측에선 30여명의 스탭과 배우가 상주하면서 영화를 한땀한땀 그려가고 있다.

 

지난 22일은 낮촬영이 한창이었다. 주인공인 김의부(야마모토 타로)와 그의 친구가 여주인공인 초자(유현경)를 놓고 싸움을 벌이는 장면이다. 이날 촬영분은 비오는 날로 설정돼 살수차가 동원되고 하늘의 눈치를 봐야 했다. 살수차까지 고장나는 바람에 작업은 더디게 진행됐지만 지난 25일 낮촬영분중 가장 어렵다는 배가 뒤집히는 장면을 수월하게 마무리하는 등 촬영일정은 순조로운 편이다.

 

여느 촬영장처럼 분주하고 시끄럽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촬영장분위기가 다소 낯설다. 메가폰을 잡은 김수진감독의 카리스마가 강한 탓인지 분위기가 왠지 엄숙하다. 스탭들은 메가폰을 잡은 재일동포 김수진감독의 지시에 무조건 순응하고, 각자 맡은 일외에는 한눈을 팔지 않는다.

 

무엇보다 배우들은 스탭역할도 척척해낸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일본배우들이 지난 석달동안 오픈세트를 직접 지었다는 점은 이들에겐 대수롭지 않다. 미술이나 소품을 챙기는 일도 배우들이 직접 맡고 있다.

 

영화촬영은 오는 11월말까지 계속될 예정. 10월 한달동안 일본 오사카에서 이뤄지는 일본촬영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일정을 군산에서 소화한다. 군산외에도 옥구 하제, 무주, 익산 함열, 정읍, 전북도청 등에서 촬영을 계획하고 있다.

 

군산에는 오픈세트와 함께 군산시장 인근에 내부스튜디오를 따로 마련해 전체 촬영분량의 80%가량이 이뤄진다. 오픈세트에서는 45회, 군산시장 스튜디오에서는 15회 가량 촬영이 진행된다.

 

한국의 ㈜싸이더스와 일본의 ㈜아톤이 손을 잡고 50억원을 들여 제작하고 있는 이 영화는 원작 양석일, 촬영과 조명은 최종욱·이석환씨가 맡고 있다. 또 군산출신인 싸이더스 김응수제작주임이 배우로 출연한다.

 

한편 영화촬영의 피날레가 마을전체가 불타는 장면으로 채워지는 만큼 배우들이 직접 공들여 지은 6천여평의 오픈세트는 촬영이 종료됨과 동시에 사라질 운명이다.

 

[인터뷰] 김수진감독

 

“지금까지 한번도 들춰낸 적이 없는 교포문화를 그리고 싶습니다. 또 이 영화가 한국과 일본을 잇는 가교역할이 됐으면 합니다.”

 

영화 ‘밤을 걸고’를 촬영중인 김수진감독(46)은 “일본에 건너온 우리 부모들은 ‘언젠가는 통일조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일본사회의 천대와 멸시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왔다”면서 “이 영화는 재일한국인들의 애환과 희망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촬영지로 군산을 찾은 이유에 대해 김감독은 “일제시대때 조성된 항구도시이자 수탈의 전진기지였던 군산은 이 영화촬영의 최적지”라며 “도시 곳곳에 일본식 건물이 남아있는데다 풍광또한 빼어나 영화의 분위기가 살아있다”고 설명했다.

 

재일동포인 그는 동경에서 태어나 도카이(東海)대학을 졸업했고 극단 신주쿠양산박(新宿梁山泊)을 창단해 일본을 대표하는 극단으로 키워낸 탁월한 연출가로 이름높다.

 

10여년전 자신의 극단을 이끌고 전주를 찾을 적이 있다는 김감독은 “그때의 인연으로 전북연극협회 박병도회장을 비롯해 전북지역 연극인들과 친분이 두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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