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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학교] 글마당 - 나의 벗에게.. 그리움으로 울고 웃으며



 

나의 벗에게-

너에게 다가가 말하지 못하는 비겁함을 대신해 몇 자 적어본다. 용서하길 바란다.

난 또 오늘 하루를 잃었다. 내가 얼마만큼이나 달려왔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또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반복되는 건 일상이 아니라 나의 사고였다.

늘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같은 생각을 하며 얼마만치 달려야 멈출 수 있는 걸까? 멈춰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될까?

내가 지금까지 플러스라 생각한 방향에서 다른 방향으로 달릴 용기까지는 필요하지 않았다. 다만 속도를 늦추기만 했어도 됐을 일이었다.

난, 그 때를 놓쳐버린 방황자였다. 떠돌아 다니는 것의 기쁨,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유.. 늘 내가 갈구하던 것이었으나, 한편으론 그것이 늘 내가 상처입는 것이었다. 혼자가 되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이미 난 외톨이였고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힘겹고 버거웠다. 서로 상관하고 신경 써야한다는 자체가 혼자인 나와는 맞지 않았다.

그러다가 너를 만났다. 너무도 평범해 보이던 너, 하지만 그래서 더 특별했던 너. 넌, 내가 대한 그 누구보다 어려운 친구였다. 너를 대할 때면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이 이런 거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너와 얘기 할 때면 '넌 사랑을 아는 아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넌 내가 보지 못하는 작은 마음까지도 꿰뚫어 보고 있었다. 넌,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나'였다.

나에 대해 잘 아는 친구가 생겼다는 기쁨.. 하지만 그 뒤엔 두려움이 있었다. 마음의 불구가 되어버린 나와 끝까지 함께 해 줄 사람은 없을 테니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들 테니까. 그래서 내가 처음 시작한 것은 선을 긋는 일이었다. 넘어서는 안될 선, 또 하나의 분열된 나를 만들 선. 상처가 남을 때마다 거짓의 가면을 쓰고 늘상 웃었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면은 늘어갔다.

내 곁에 항상 널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네 곁에 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넌 소중했다. 하지만 그게 널 지치게 했나보다. 며칠째 아니 몇 달째 넌 나와 짧은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 인사를 건네도 넌 나의 곁을 그냥 스쳐지나 갈 뿐이었다. 가장 가까운 자리에 있으면서도 가장 멀리 있는 사람이 되어버린 우린, 헤어짐과 만남을 생각할 여유도 없이 멀어졌다. 예전과는 다른 네 모습 앞에서도 난, 항상 웃을 수밖에 없었지만 참으로 힘든 시간들이었다.

모르고 있었다. 나를 흔드는 것이 나였음을... 잘못된 모든 게 나로 인한 것이었음을 .. 나만 슬픈 게 아니었다. 모든 존재는 저마다 슬픈 거였다. 넌 내 눈물을 닦아주려 했지만 내가 그어 놓은 선이 있었다. 그 앞에서 너 얼마나 망설였을까. 얼마나 힘들었을까..

미안하다. 이제서야 말하게 되는구나.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네게 상처주고 싶지 않았었는데... 나로 인하여 너, 너무 큰 상처 하나 가슴에 담았겠다. 하지만 난 너를 잃고 싶지 않다. 널 보내고 싶지 않다. 떠나지 마라. 난 늘 너만 바라보았지만 넌 항상 내가 아닌 사람을 향해 있다고 생각했었다. 이제야 그것이 나만의 오해라는 걸 깨닫는다. 넌 우리가 함께 봐야 할 곳을 보고 있었던 거야. 그렇지?미안하다. 나를 지치게 하는 것도 너를 지치게 하는 것도 모두 내 의식의 방황이었던 게다.

친구야, 다시 시작이다. 그리움으로 울고 웃으며, 다시 함께 하는 시간들을 만들어 보자.


 

칠석날에 널 기다리는 민이가


 

칠석놀이 행사 백일장대회 고등부 장원
최민 (전주 중앙여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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