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의 역사에서, 현대건축을 전 세계적으로 선도했던 독일의 바우하우스(BAUHAUS, 독일어:bau(짓는다: 築) + haus(집: 家. 住))는 종합 조형학교였으며 동시에 새로운 건축운동이었다. 20세기 초반(1919년)에 창설되어, 건축분야 뿐 만 아니라, 미술 공업제품, 공예, 그리고 예술 전반에 걸쳐 그 파급효과가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었다.
이 운동은 당시의 건축예술 분야에서의 정신적인 문화와 물질적인 문명의 대립 예술과 기술 즉, 정신과 물질의 분리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 두 요소들의 통합 내지는 결합을 주장하는 것이었다.
바우하우스 운동에 참여하였던 당시의 건축가, 화가, 공예가, 조각가 등은 이후에 월터 그로피우스, 미스 반 데 로에, 칸딘스키와 같이 세계적인 작가로서 인정받아 활동하였으며, 건축을 비롯한 현대 문화와 문명이 지향해야 할 중요한 좌표를 제시하였다. 이 운동의 정신은 20세기의 물질적 문명 지상주의가 계속되고 있는 21세기 현재에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유구하고 고유한 정신적 문화를 향유해왔던 우리 전북의 도시 또한 이 시대에서 이와 동일한 문제, 문화를 담아 내지 못하고 있는 문명의 문제에 봉착해 있다. 건축물을 위한 각종 재료, 공법 등 물질적인 문명의 발달은 건축물을 세우는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고는 있으나, 전세계 대도시 어느 곳에 가더라도 양식과 규모와 기술수준이 비슷한 건축물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과 더불어 건축의 세계화의 추세는 지역의 정체성을 더욱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비판을 함께 받고 있다.
그러나 유럽의 역사적인 도시를 가보면 그곳에는 구도심과 신도심이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다. 신도심에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있는 그야말로 세계화된 건축물들로 채워져 있으나, 구도심에는 건축물의 신축 또는 개축 뿐 만 아니라 수목, 공원, 도로까지도 대부분 엄격한 규제와 통제에 의하여 정신적 정체성이 철저히 보존되고 있다. 그곳의 고유한 정신적인 문화의 정체성은 옛 건축물이 남아있는 구도심에 뿌리를 박고 있는 것이다. 즉, 정신적인 문화와 물질적인 문명이 통합되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유럽의 문화와 문명의 공존은 역사적으로 오랜 시간 동안 산업화의 시행착오와 경험, 그리고 문화의 높은 인식 수준과 정책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면, 산업화가 짧은 시간에 급작스럽게 이루어진 우리나라에서는 문화와 문명의 분리된 모습과 혼란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 것처럼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비교적 산업화가 늦은 전북의 도시들은 이러한 문화와 문명의 분리의 정도가 아직은 적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전북의 도시들은 다른 도의 도시 보다 어쩌면 산업화가 덜된 만큼, 물질적인 문명의 공백을 정신적인 문화로 채울 수 있는 잠재력은 더욱 크다고 평가될 수 있다.
전북 도시들의 고유한 음식, 서예, 소리들의 문화적인 소프트웨어(software)와 잘 보존된 고적과 사적지 등의 문화적인 하드웨어(hardware)로서 바우하우스와 같은 전북 문화 운동을 준비할 때이다.
이와 더불어 건축물을 정신적인 문화의 질적 표현으로 여겨야 한다. 그러므로 규모에 관계없이 주거용 건축물과 공공건물 그리고 박물관, 미술관, 음악당, 극장, 문화센터와 같은 문화적인 건물은 물론이고, 교량, 하수종말처리장, 댐 관리소, 소규모 화장실, 파출소, 우체국, 심지어 가로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광범위한 건축 구조물들이 모두 우리시대의 우리지역의 하나의 정신적인 문화의 표현으로 취급되어야 할 것이다. 전북의 도시에는 문명의 진행 축에 문화의 축이 흐를 수 있도록 하여 도시 전체가 하나의 문화적인 몸으로 느끼게 할 수 있어야 한다.
"OECD 국가권에 들려면 국민의 정신조건으로서, 선진국 문물에의 사대와 맹종으로부터 자기네 문물을 계속 되돌아보고 되찾고 자부하는 주체의 회귀(回歸)를 둔다"는 사실을 우리는 깊이 되새겨 보아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우리의 고유한 정신적 문화와 현대의 물질적인 문명을 결합할 수 있도록 하여, 전북의 고유한 문화가 표현된 전북의 고유한 문명을 준비할 수 있는 범도민적인 문화운동을 기대한다.
/ 강대호 (건축가. 전주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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