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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와 무대사이] 노인들만의 무대 ‘오늘만 같아라’

 

 



지난 1일 전북대삼성문화회관은 객석도, 무대도 노인들의 차지였다.

 

2001전국노인예술제. (사)대한노인복지회후원회(회장 임희춘)가 마련한 이번 무대는 도내지역을 비롯해 서울, 강원, 대구, 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백발의 재주꾼들이 그동안 틈틈히 연마한 끼와 재능을 마음껏 발산하는 자리였다.

 

그리고 객석을 가득메운 같은 또래의 노인들은 이들의 무대를 지켜보며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서 행사를 치르던 전국노인예술제가 전주를 찾은 것은 드문 일.

 

또 이번 행사는 아마추어들만의 잔치로 그치지 않고 코미디언 김성남·서영환씨의 재치있는 입담에다 금사향, 김한수, 김용만 등 원로가수들이 초청돼 무대를 화려하게 수놓기도 했다.

 

본행사는 오후 2시부터 시작됐지만 행사에 대한 기대감때문인지 노인관객들이 오전 9시부터 몰려들어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날 20여개의 출연팀이 꾸민 무대는 화려하고 다채로웠다. 영남농악·사물놀이(의정부 장암종합사회복지관)와 태평무(영등포종합학교)는 물론 실버댄스(한국민예술연구원)와 라틴댄스(서울노인복지센터)가 등장하기도 했다. 보령승무(광주서구노인복지회관)와 전통무용 ‘나물캐는 처녀’(청운복지대학)도 무대에 올랐다.

 

‘이크 에크’하며 는질거리는 듯한 몸동작을 선보인 대구노인종합복지관의 택견시범은 젊은이들의 그것을 연상케했다. 출연팀 가운데는 앳띤 처녀들로 착각될 만큼 ‘무늬가 소녀들’인 출연자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고, 고운 한복을 입고 무대에 올라 정연한 모습으로 시조를 읊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관객들에게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출연팀은 아무래도 전북을 대표해 무대에 오른 이 지역의 출전팀들이었다. 전주시지회 부설 노인학교의 강복남(70·전주시 인후동)·한형여할머니(62·전주시 평화동), 김제시지회노인학교의 채점례할머니(72·김제시 신풍동)와 안규남할아버지(86·김제시 황산동) 등이 주인공들.

 

한형여할머니는 고수 이점식할아버지(60·전주시 덕진동)의 맞춰 춘향가중 ‘쑥대머리’를 들려줬다. 10여년전 도립국악원에서 처음 소리를 배웠다는 한할머니는 웬만한 소릿꾼 뺨치는 실력의 소유자.

 

채점례할머니는 ‘어화청춘 소년들 이내 말을 들어보소…’로 시작하는 ‘갑부어화청춘’을, 안규남할아버지는 단가인 ‘사철가’를 불렀다. 강복남할머니는 ‘사랑합니다’를 열창하며 뛰어난 노래실력을 과시해 눈길을 끌었다.

 

3년전부터 노래연습을 시작했다는 강할머니는 오는 11일 서울에서 열리는 시니어가요제에 출전하는 등 크고 작은 노래대회를 휩쓸고 다니는 준프로급 가수. 이날도 코미디언이자 (사)대한노인복지회후원회를 이끌고 있는 임희춘회장이 노래를 끝낸 강할머니를 직접 찾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 지역의 출연팀들은 비록 노인예술단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새생활장수노인학교, 대구노인종합복지관, 서울노인복지센터예술단 등에 비하면 참가규모나 내용면에서 상대적으로 왜소했지만 우리 고장의 멋과 풍류를 한껏 과시하는데 인색하지 않았다.

 

3시간이 넘는 행사가 마무리되자 모처럼 마련된 노인들만의 행사에 흐뭇해하며 공연장을 빠져나갔다. 무엇보다 오늘도 하루를 이렇게 보냈다는 만족감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많은 노인들은 ‘내일은 어떻게 무료함이 달래야 하나’라는 이야기를 나누며 어두운 표정으로 각자의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노인들만을 위한 자리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았으면 하는 넋두리도 곁들여졌다.

 

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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