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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진단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에필로그..시설문제와 지역의 기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개관이 아흐레 앞으로 다가왔다. 추진과정 내내 온갖 우려의 시각이 많았지만 지역 문화예술인은 물론 도민들은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이 그간의 앙금을 깨끗이 털어내고 지역민과 함께 호흡하는 문화공간으로 자리하길 고대하고 있다.

 

전국 문예기관 가운데 최초의 민간위탁 운영사례가 될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운영자인 중앙공연문화재단도 소수정예인력으로 예술경영의 전문화를 꾀해 지역민들이 ‘우리 것’이라고 생각하는 문화시설로 만든다는 포부를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넘어야 할 난관은 많다. 한강 이남 문화시설 중 최고라는 찬사가 어울릴 정도로 외관은 메머드급이지만 내부시설은 크고 작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을 문화시설이 아닌 단순 건축물로만 생각, 진행과정에서 문화예술인이나 전문가의 조언과 참여를 배제한 근시안적 행정이 준공검사가 떨어지자마자 다시 공사해야 하는 우를 범한 셈이다.

 

시설을 직접적으로 관리하고 책임져야 할 중앙공연문화재단도 공간의 내부 설계나 효율성 면에서 1백%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이갑래 기술팀장은 “도와 시공사에 끊임없이 시정을 요구 국악당 음향반사판 설치와 조명을 교체했다”며 “관객 안전과 직결된 난간 교체나 정전때 필요한 양변 설치는 내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소 1년전부터 기술팀이 들어와 준비과정을 거쳐야 함에도 민간위탁 과정에서 수탁자 선정이 늦어져 겨우 두달간의 점검만으로 개관기념행사를 치르는 내부공간의 문제는 여전하다.

 

소리축제 행사기간 연주회를 갖는 전주시향의 김재원 단무장은 “전반적으로 시설이 훌륭한 편이지만 대극장의 음향반사판이 설치되지 않은 점은 우려된다”고 밝혔다. 김단무장은 또 극장을 건축물이 아닌 악기라고 비유하며 “완공이 끝이 아닌 앞으로의 유지관리가 ‘좋은 문화시설’로 남는 열쇠가 될 것”며 운영자의 관리측면을 강조했다.

 

개관행사를 준비중이거나 내부시설을 둘러본 많은 문화예술인들은 정전을 대비한 양변시설이 전무한데다 세개 극장동의 바닥재가 호도나무로 처리돼 객석 소음이 공연을 방해할 여지가 높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 국악당의 경우 출연진이 무대에서 움직일 수 있는 오른쪽 포켓공간이 없고 2백여석에 불과한 소규모 공간도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지역미술인들의 관심이 쏠려 있는 전시실 역시 6백평이 넘는 대규모 공간 곳곳에서 여러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재의 작품 반출입구가 너무 작아 1백50호(227×181cm)이상 작품은 운반하기 어려운데다 전시실 하중이 8백kg 이상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해 대규모 조각전시 등은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상황.

 

또 자연광이 전시실까지 직접 들어오고 조명 빛의 각도가 너무 좁아 큰 작품에는 적합하지 않는 것도 고쳐야 할 점으로 지적됐다.

 

박상규 전북미협 사무국장은 “당초 개관전으로 준비했던 5백호 대작전을 부랴부랴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며 “반출입구와 조명 등 전시실의 크고작은 문제는 설계단계부터 미술인들이 참여했으면 간단하게 해결될 사안이었다”고 꼬집었다.

 

공간의 효율성 제고와 함께 지역 문화예술계가 관심을 갖는 분야는 ‘어떻게 운영될 것인가’의 문제다.

 

중앙공연문화재단은 전북의 문화예술과 가치를 종합적으로 파악, 예향을 아우르는 세계적인 문화상품을 개발하겠다는 비전을 밝히고 있다. 서현석 공연기획팀장은 “우리의 몸짓과 소리, 악기가 잘 융합하는 작품을 기획하고 있다”며 1년뒤 ‘난타’를 능가할 지 모르는 작품을 기대해도 좋다고 소개했다.

 

재단은 또 생산성에 주목하고 있다. 인구 60만명의 소도시에 있는 메머드급 문화시설의 경영 합리화를 위해선 지역민의 호흥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전주시민 뿐아니라 2백만 도민이 ‘우리 전당’이라는 생각을 갖도록 운영하겠다는 것.

 

지역 문화예술계는 지역성을 담보하면서도 예향 전북의 다양한 컨텐츠를 세계화하는 기획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런 점에서 개관 기념행사를 지역 예술단체에 떠맡긴 재단측의 기획은 직무유기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문화예술인들은 또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이 지역문화 발전은 물론 문화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하고 있다.

 

이상조교수(전북대)는 “막대한 도비가 투자된 만큼 지역민의 문화향유권을 충족할 수 있는 문화시설이 돼야 한다”며 “전북대나 덕진공원, 체련공원 등 주변 시설과 연계성을 갖는 생활속의 문화시설이 될 때 도민들이 스스럼없이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극연출가 안상철씨 역시 공익성을 확보, 지역거점 문화공간 역할을 해야 한다며 “지역예술인들이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는 기획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제 예향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수준급 문화시설이 전주에 들어선다.

 

많은 한계를 극복하고 우뚝 솟은 그릇의 크기만큼 알찬 컨텐츠을 담아내기 위해선 운영자인 중앙공연문화재단의 기획과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거대한 공간을 채우려는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창작열과 도민의 성원도 그에 못지 않다. 운영자과 사용자인 문화예술인, 그리고 실질적 주인인 도민이 끌어주고 밀어주며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을 명실상부한 전북문화의 메카로 만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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