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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기로에 서서

미국에 대한 "테러" 때문에 모든 것이 묻혀버린 듯하다. 그러나 우리가 반드시 되돌아봐야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지난 9월 3일 임동원 장관 해임건의안의 처리이다. 해임건의안 통과가 이루어지는 순간 참으로 고통스러웠다. 극단적인 정쟁이 우리의 전진을 가로막고 있다는 서글픔이 가슴 밑 깊은 곳으로부터 차올랐다. 

1990년 독일 통일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서 감동이 일었지만, 사실 난 그들의 위대한 성취를 마냥 축하해 줄 수만은 없었다. 독일은 통일을 이루었는데 왜 우리는 여전히 냉전의 끝자락을 붙잡고 허우적거리고 있는가? 우리의 후손들이 "그때 당신들은 무엇을 하였는가?"라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답답한 심정이었다. 

그때 난 한가지 결심을 하였다. 이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더 이상 부르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70년대와 80년대, 시작하기도 전에 가슴부터 뭉클해지던 그 노래를. 지금 할 일은 먼 장래에 있을 통일을 위해 노래나 부르고 있을 것이 아니라 평화, 그것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는 새로운 깨달음 때문이었다. 

1997년 12월 수평적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후, 김대중대통령은 햇볕정책을 선언하고 추진하였다. 조금씩 희망을 가꿀 수 있었다. 남북 서로간에 가졌던 적대감이 완화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게 평화로 이어지고, 그 평화가 언젠가는 통일의 강물을 이루어낼 것이라는 믿음을... 

사실 햇볕정책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동·서독의 통일을 이끌어냈던 동방정책을 21세기 한국적 현실과 상황에 맞게 고친 것이다. 이것은 이미 역사적으로 검증된 것이었고 전세계가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21세기는 탈냉전 시대다. 이 시대의 평화는 군사력을 바탕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것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한 사고는 냉전시대의 유물이다. 21세기 평화의 핵심은 경제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 속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경쟁하면서 또한 협력하는 것이다. 

북한을 견인하여 세계 속에서 협력하고 경쟁하는 시장경제의 규칙을 배우게 하자. 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그물을 던져 고기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우리가 안내해야 한다. 성과도 있었다. 북한은 조심스럽지만 개혁과 개방의 길을 선택하고 있다. 그 변화는 우리 기대에 비춰 너무 느리지만 말이다.

지금 한반도 평화정착이 난관에 봉착해 있다. 입으로는 햇볕정책을 지지한다고 하면서도, 행동에서는 남북신뢰와 평화의 실질적인 진전을 가로막는 경향이 여전히 상당하기 때문이다. 

우리사회는 민주주의 사회다. 견해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남북관계도 예외일 수는 없다. 문제는 감정이 실리면서 파생되는 대립과 충돌이다. 그 때문에 정치권은 끝없는 정쟁으로 치닫게 된다. 동지가 아니면 적이라는 감정이 정치를 지배하고 있다. 민족의 미래가 걸린 문제도 마침내 헌신짝처럼 내동댕이쳐 버려지는 것이다. 9월 3일의 진실은 바로 이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지 않은가?

 

 

/ 김근태 (민주당 최고위원.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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