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전야제와 21일 준공 및 개관식을 필두로 23일까지 펼쳐진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의 개관행사는 짧은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다채롭고 짜임새있는 볼거리를 관객들에게 선사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행사기간동안 창무극 ‘춘향전’을 비롯해 뮤지컬 ‘The Play’,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의 특강, 김용우소리판 ‘통일아리랑’등이 릴레이식으로 펼쳐지며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전당내 시설들을 빠짐없이 점검하기도했다. 소리전당을 찾은 관객들은 전주에 들어선 매머드급 문화공간에 대해 만족감과 함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행사는 지나치게 촉박하게 개관한 탓에 개관행사으로 불리기엔 내용면에서 초라하고 산만했다는 비난도 만만치 않았다.
이는 창무극 ‘춘향전’을 제외하고 수도권지역에서 검증받은 공연프로그램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아직은 ‘지역문화의 거점’이라는 방향성에 걸맞는 구체적인 화두를 던지지 못했기 때문. 또 뙤약볕아래서 열린 ‘세계민속예술제’와 록댄스콘서트 등은 관람객이 20∼30여명에 불과한 형식적인 행사에 그쳐 눈살을 찌푸리게했다.
무엇보다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이 제대로 된 문화공간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하자 보수가 절실하다는 과제를 낳기도 했다.
모악당의 경우 무대양쪽 내부를 가리기 위해 사이드커텐을 덧댄 탓에 무대시야가 지나치게 좁아보였고 프로시니엄아치 상단부의 조명 등 일부 조명은 제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또 일부 출입문이 개관공연 하룻만에 부서지는 등 곳곳에서 문제점이 쏟아졌다. 오케스트라피트도 지나치게 작아 관현악단원들은 운신조차 어렵다는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같은 불협화음은 전북도가 개관행사를 일주일가량 앞당기면서 비롯됐다는 점에 지역문화행정의 그릇된 현주소를 드러냈다. 전북도는 다음달 열리는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준비를 내세워 개관일정을 당초 예정일(9월27일)보다 일주일가량 앞당겼고 촉박한 준비기간으로 인해 제대로된 개관행사는 공염불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번 개관공연은 세계소리축제를 앞두고 소리문화의 전당내 시설들을 점검하는 들러리식 행사에만 만족한 채 지역문화의 장기적인 청사진을 보여주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겨야했다.
{리뷰} 행사 첫무대 장식한 창무극 '춘향전'
“공연내용의 완성도를 떠나 공연이 무사히 끝난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입니다.”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의 첫무대를 장식한 창무극 ‘춘향전’은 지역문화계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수작이었다는 평이다. 극중 무대가 시간이 교차하고 정통 판소리의 청각적 아름다움을 시각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는 점에서 기존의 춘향전을 새롭게 해석한 ‘전혀 새로운 춘향전’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정작 출연진과 제작진들은 ‘무사히 끝났다’는 점에 안도하는 모습이다. 이번 공연의 연습기간이 두달에 불과했다는 점은 차치하고라도 무대설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가장 중요한 공연을 앞두고 일주일가량 연습도 못한 채 허송세월을 보내야했기 때문. 개관행사 일정에 쫓긴 나머지 무대설비 점검과 공연리허설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혼란이 가중된 것.
연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만큼 출연진의 세부연기나 전반적인 짜임새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악전고투끝에 행사를 치른 도립국악원 관계자들은 “공연의 성패가 달려있는 막바지 일주일동안의 연습이 충분치 않아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혹시 공연을 차질을 빚었다면 관객들이 누구를 원망했겠느냐”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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