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가 노래, 곧 음악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지만 가만히 따져보면 문제는 또 있다. 판소리를 노래부르는 모습을 생각할 때는 또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판소리를 노래부르는 사람들의 노래부르는 태도는 보통의 가수들과는 다르다.
보통의 가수들이 노래를 부를 때는 그저 바로 서거나, 앉아서 다른 짓은 하지 않고 노래를 부른다. 그런데 판소리를 부르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몸동작을 한다. 그리고 그것을 특별히 너름새, 혹은 발림이라고 부른다.
이 너름새는 어떤 경우에는 마치 연기를 하는 것과 같다. 우는 흉내를 내기도 하고, 아기를 안고 어르는 흉내를 내기도 한다. 노를 젓는 동작도 한다. 이러한 동작을 중요하게 보는 사람들은 판소리를 노래로 하는 ‘연극’이라고 한다.
그러면 판소리에서 부르는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 판소리 소리꾼들이 부르는 노래와 음악적 특성, 곧 목소리나 발성법, 음의 구성 등에서 가장 가까운 것은 남도 무당들의 노래이다. 남도의 무당들이나 판소리 소리꾼이나, 목쉰 소리로 목을 조여서 발성을 한다.
또 모두 ‘미-솔-라-도-레’의 다섯 음으로 되어 있는데, ‘라’는 평평히 내고, ‘미’는 크게 굴곡을 주어 떨며, ‘도’는 ‘시’까지 꺾어서 내린다. 소리를 그저 평평히 내지 않고 떨거나 꺾는 데서 슬픈 감정을 표현하며, 판소리는 판소리다운 특성을 드러낸다. 남도의 무가와 판소리는 이러한 특징을 서로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차이점도 없는 것은 아니다. 발성을 할 때 무가에서는 목에 힘을 덜 준다. 반면 판소리에서는 무가에 비해 훨씬 더 목에 힘을 주어 조여서 낸다. 그래서 무가의 목소리를 어정목 또는 어정성음이라고 하고, 판소리는 패기(개)목 또는 패기(개)성음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차이는 근소한 것이어서 무시해도 좋을 정도이다.
이러한 유사점을 근거로 해서 일찍부터 판소리의 음악적 기원이 무가에 있다는 주장이 나타났다. 맨 처음 이를 주장한 사람은 정노식이다. 그는 1940년에 출판된 {조선창극사}에서 판소리는 무녀의 굿에서 왔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 군산대 교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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