退筆如山未足珍, 讀書萬卷始通神.
퇴필여산미족진, 독서만권시통신.
닳아서 망가진 붓이 산처럼 쌓이도록 연습을 한다고 해서 보배로운 글씨가 써지는 것이 아니다. 만 권의 책을 읽었을 때 비로소 귀신과도 통하는 경지에 이를 수 있다.
송나라 때의 유명한 시인이자, 문장가요, 서예가였던 소동파의 〈구필적(求筆跡-필적을 구하려)〉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닳아 망가진 붓이 쌓여 산을 이루도록 열심히 연습을 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명필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연습을 하면 장인(匠人-필경사)은 될 수 있다. 그러나, 차원 높은 미를 구현하는 서예가는 될 수가 없다. 예술의 경지는 정신적 수준에 비례한다.
정신적 수준이 높을수록 심미기준이 높아지고, 심미기준이 높아져야 그 높은 경지의 심미기준을 구현한 수준 높은 작품이 나오는 것이다.
책은 읽지 않고 기능만 숙달시키는 요즈음 예술교육의 현장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독서를 통해 정신적 수준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 국민적 자존심이 생기고, 자존심이 생겨야 돈에 그처럼 매달리지 않는다. 문화는 쓰레기 문화로 전락하고 국민들은 돈에만 혈안이 된 나라, 그 나라는 위태로운 나라이다. 지금 전주에선 세계서예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다. 문화에 대한 안목을 높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退:물러날 퇴 筆:붓 필 珍:보배 진 讀:읽을 독 卷:책 권 始:비로소 시 通:통할 통 神: 정신 신 ※退筆은 닳아 망가진 붓이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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