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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오용기시집 '아나 똥'



시집 제목부터 심상찮다. 똥이라니. 그것도 가지라는 어투 ‘아나’를 앞세워 거름냄새 물씬 풍기는 단어를 독자들 코앞에 던진다. 그래서일까.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때 마다 눈에 또박 또박 박히는 시어엔 농촌의 소박함과 고향의 구수함이 배어있다.

 

꽃과 할머니를 화두로 농민들의 애환을 전라도 사투리처럼 걸죽하게 풀어낸 시집이 나왔다. 시인 오용기씨(44)의 시집 ‘아나, 똥’.(신아출판사)

 

작가는 농촌 들녘에 나가면 쉬이 만날 수 있는 ‘할매’를 농부 대표로 내세운다. 할매의 입은 전라도 방언과 어법이 담긴 교과서다. ‘설사당년’ ‘잡녀러 가시내들’같은 욕지거리나 방언이 시속에서 뛰쳐나오지만 전라도 사람이 아니어도 언어의 토속성과 친근감에 이내 젖어든다. 고향의 정이 듬뿍 담긴 할매의 어투는 현대 문명의 폐해를 엄중하게 경고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 장수에서 뛰놀던 작가에겐 추억으로 남은 꽃, 이 땅의 산에 들에 피는 야생화도 시의 주제다. 작가는 어머니, 아내, 열아홉 댕기 처녀 등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꽃으로 형상화하고 급기야 인간 그 자체를 꽃으로 표현한다. 꽃의 아름다움 보다는 꽃에 깃든 우리네 영혼을 엿보고 소박한 시어로 표현한 셈이다.

 

독자들이 감칠맛나는 전라도 사투리를 보다 쉽게 알수 있게 열세쪽에 걸쳐 사투리 해설 코너를 마련한 것도 이채.

 

작가는 전북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우석대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전주 해성고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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