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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테러 그리고 美공습을 바라보며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가지만 미국 경제의 상징이었던 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테러로 무너지던 상황이 아직도 눈에 생생하다. 빌딩을 뚫고 들어가는 여객기, 치솟는 화염, 붕괴되는 빌딩, 먼지를 뒤집어쓰고 경악하며 달려가는 시민들. 현실이라는 상황만 제외한다면 TV 화면 속의 장면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보다 매혹적이었다.

그리고 지금 미국의 보복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밤하늘을 수놓은 크루즈 미사일의 폭발과 불꽃, 항공모함의 활주로를 이륙하는 미 해군 전폭기들의 뒤꽁무니에서 뿜어져 나오는 섬광과 굉음, 우박처럼 떨어지는 폭탄, 소리 없이 다가가는 스텔스기. 현실이 영화보다 생생하다고 했던가? 스크린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들을 TV는 매 시간마다 토해놓고 있다.

하지만 그토록 매혹적인 TV를 끄고 나면... 어두운 밤하늘 속에서 가차없이 지난한 현실이 다가와서는 내 가슴을 무겁게 짓누른다.

올해 초 2/4분기부터는 침체된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경제관료들의 예측은 3/4분기로, 다시 4/4분기로 그리고 내년 초로 미루어졌었다. 이유는 미국경기의 침체지속,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일본경제, 그에 따른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반도체 가격하락, 수출부진 등이었다. 

그리고.. 이제 누구도 우리 경제의 회복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테러와 그에 따른 보복전쟁이 회복되지 않는 경제에 대한 면죄부를 주었다는 시니컬한 반응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실의 어려움이 예측과 비난, 지적으로 치유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의 공습이 실행되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주가도, 환율도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고통의 몫을 짊어질 국민들이 슬기롭게 대처하기 때문이다. 감사하고 고맙다. 하지만 고통은 여전히 국민들의 몫으로 남아있다.

이제부터라도 국민들과 고통을 함께 나누겠다는 사회 지도층의 자세 변화가 무엇보다도 요구된다. 정치권이 그 선두에 서야하고 그래서 고통의 몫을 함께 하고 있다는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정치와 정치지도자들에 불신이 광범위하게 퍼져있으면 지금의 어려움과 다가올 어려움을 극복할 수 없다.

나는 당정쇄신과 여야영수회담의 개최를 호소해왔다. 책임질 사람이 책임져야 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우리 함께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합시다. 현재의 개혁이 고통스럽지만 이를 넘어가야 우리의 미래가, 우리의 아들·딸들이 긍지를 가질 수 있는 미래를 물려줄 수 있습니다."라는 우리의 호소를 국민들이 믿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믿음이 있어야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국민의 단합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이 바라는 당정쇄신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10월 9일 여야영수회담이 있었고 反테러 전쟁 이후 경제가 악화될 우려가 있다는 인식을 같이하고 민생경제회복에 공동대처하기로 했고 이를 담보하는 여·야·정 정책협의회의 가동하기로 했다. 그런데 다음날... 한나라당의 "대통령 자진사퇴" 주장으로 국회가 파행에 빠져버렸다.

그렇다! 그래서 난 여전히 정치개혁과 당정쇄신에 대한 호소를 거두어드릴 수가 없다.

  김근태 (국회의원.민주당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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