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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가 생활로 들어선다



세계소리축제가 열리고 있는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을 둘러보는 관객들은 대부분 공연장과 야외무대에 몰려 있지만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2001세계서예비엔날레에도 전국각지에서 찾아온 서예가와 관객들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13일과 14일에 전시실을 찾은 관객들이 가장 붐빈곳은 역시 서예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획전. 어렵고 따분하게만 여겼던 전통서예를 생활속의 예술로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기획전에 관객들의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서예술의 실용화전’과 ‘연하장 서예전’등은 그 대표적인 예다.  일부 계층의 전유물로 인식되어왔던 서예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이들 기획전은 실용미를 내걸고 대중화와 저변화를 향한 실험들이 눈길을 끈다.

 

◇…실용화전은 서예를 활용한 의류와 기념품, 악세서리 등 독창적이고 이색적인 생활용품을 전시하는 자리. 20평 남짓한 전시장에는 섬유직물, 한지공예 및 목공예, 벼루 등을 소재로 서예를 담아낸 생활용품이 전통적이면서도 친근한 멋을 자아내고 있다.

 

캐주얼 T셔츠에 한글과 한문을 조형화한 글을 새겨 개성이 강한 청소년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주부들은 주로 한자와 동물을 형상화한 문양과 황토색 색채를 바탕으로 한 생활한복과 쿠션 등에 관심을 보인다.

 

서예가의 글이 새겨진 벼루 등 일반 문방사우뿐만 아니라 벽지와 종이장판 등 한지공예에서 화장지걸이와 CD케이스 등 목공예에 이르기까지 서예술의 혼을 담은 생활용품들은 대중들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한 것처럼 보여진다.

 

◇…서예가 76명이 실용성을 염두에 두고 독특한 소재로 작품화한 ‘연하장’전시전에는 실제로 연하장을 사용하려는 관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한폭의 축소된 동양화를 연상시키고 예술성을 집약시킨 연하장은 정성이 돋보이면서도 독특해서 한해를 기원하는 인사를 담아 보내기에는 안성맞춤. 연하장문화는 통신의 발달과 제한된 소재의 대량생산으로 점차 사라져가고 있지만 이런 기획전으로 연하장문화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여러명 작가의 다양한 예술세계를 엽서크기의 작은 공간에 담아낸 것도 새롭거니와 ‘근하신년’이라는 획일됐던 문구를 ‘참좋은날’‘희망찾기’등으로 바꾸어낸 것도 신선한 느낌이다.

 

이런 기획전들이 이어지는 사이 서예는 어느새 대중들 속으로 자리잡을 날이 머지 않은 듯이 보인다.

 

                                                                                         /안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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