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11 17:35 (수)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화일반
일반기사

윤전경의 콜레기움 무지쿰 텔레만의 연주를 보고



가장 순수한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말이 있다.

 

어머니께서 방금 다려주신 줄 세워진 흰 블라우스를 입고 비누 향이 가시지 않은 깨끗한 얼굴로, 흰 양말에 운동화를 신고 등교하던 학창시절, 내게 있어 가장 순수했던 시절의 기억, 그것이 불과 25년 전의 일이다.

 

그런데 250년 전, 상상 속의 그 시대가 우리들의 눈앞에서 재현되고 있었다.

 

예상보다 젊은 20대 후반의 젊은 연주자들로 이루어진 8명의 멤버들, 짧은 튜닝이 끝나고 드디어 음악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변성기가 지나지 않은 미소년들의 목소리처럼 곱디고운, 푸르디푸른, 해 맑은 산소를 가득 담은 잔잔한 화음이 오렌지 빛깔의 무대를 수놓은 연지홀 공기 속을 헤치며 서서히 날아오르고 있었다.

 

첼리스트 안너 빌스마와 피터 비스펠베이, 그리고 쿠이켄 사중주단과 무지카 안타쿠아 쾰른을 비롯해서 지난 6월 공연을 다년간 크리스토퍼 호그우드가 이끄는 아카데미 오브 에인션트, 이들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원전 연주 단체이며 이미 여러 차례 내한 연주를 마친,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연주자들이다. 월간 음악잡지에서도 여러 번 지면을 통해 소개가 되었지만 정작 전주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연주. 그래서 소리축제에서 만난 ‘콜레기움 무지쿰 텔레만’의 연주는 더욱 소중하고 귀한 자리로 다가왔던 것이다.

 

우선 어렵게 들리는 단체의 이름은 18세기 초, 바하와 같은 시절의 음악가 게오르규 필립 텔레만이 법학 대학생 시절 조직한 대학생 연주단체 ‘콜레기움 무지쿰’에서 빌어왔다.

 

바하가 자신의 주장과 생각을 고집하며 강한 개성적인 작품을 쓴데 비해 텔레만은 그때그때 청중들의 기호에 맞는 다양한 양식의 음악관으로 당시에는 훨씬 더 많은 인기가 있었다고 전해지며, 현재 텔레만의 작품세계는 많은 관심과 함께 연구가 되고 있다.

 

당일 오른 곡들은 모두가 협주곡형태의 것으로 바로크 시대의 양식을 잘 보여주는 것들이다.

 

바하의 관현악 모음곡2번은 플륫 협주곡과 같은 것으로 유럽 여러 나라의 춤곡을 모아놓은 우아하고 아름다운, 바하의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잘 반영한 작품이다.

 

솔로무대로는 데뷔연주라는 교포3세의 비올리스트 강융광씨는 자신의 큰 키에 맞추어 조금 큰 사이즈로 제작한 비올라를 들고 나와 흥분된 표정으로 호흡을 맞추어 나갔다.

 

오늘의 무대에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협연을 하게된 합시코디스트 오주희씨는 오늘의 연주가 정말 행복하다면서 다른 모던한 연주단체와는 쳄발로의 음향이 너무 작아서 자신이 항상 작아 보였는데 원전 연주단체와 함께 하니 발란스가 잘 맞고 그 음색도 더 영롱해지는 것 같다고, 오히려 자신의 소리가 너무 튀는 것에 겸손해 하였다.

 

지휘자인 강무춘씨의 오보연주는 역시 노련미와 세련미가 오랜 연주 경륜을 보여 주었고, 특히 그의 악기는 상아로 만들어진 것으로 홀 안 구석구석까지 잔잔한 파동이 전해지는 음향을 들려주었다.

 

당시의 수많은 협주곡 양식으로 쓰여진 곡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곡으로 알려진 바하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가운데 5번이 2부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1721년 3년에 걸쳐 완성한 이 작품은 브란덴부르크 백작에게 헌정된 것으로 호른과 파곳, 피콜로, 트럼펫과 같은 다양한 악기가 첨가되지만 5번은 쳄발로의 역할이 두드러지는 가장 화려함을 갖는 곡이다.

 

쳄발리스트 나카노씨의 다양한 표정과 능청스런(?) 연주가 보는 이들을 기쁘게 해 주었고 마치 바로크 시절 어느 왕실의 궁정에서 음악을 듣는 것처럼 향수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오늘 연주의 헤프닝은 1부 끝에서 보여준 오주희와 나카노의 합시코드 연탄곡, 바하의 두 번째 아내인 막달레나의 아들로 '런던의 바하'로 불린 사람의 작품.

 

두 사람이 함께 연탄으로 하는 작고 예쁜 연주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오랜만에 우리 고향에서 들어본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뒤로한 채 연주회장을 나가는 관객들, “첼로 연주하기가 어려울 것 같애...”

 

                                                                          /음악해설가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email protected]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