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일 예술의 전당 공연, 12일 시청 앞 광장 전야제에 이어서 16일 모악당 공연, 며칠간격으로 이어지는 연주회 일정으로 조금은 피곤해 보이는 전주 시향 단원들.
그러나 무대가 오르고 연주가 시작되자 그들의 시선은 중앙에 자리잡은 지휘자를 향해 일제히 한 곳으로 모아졌고 현악기 연주자들의 통일된 보잉은 파도가 물결치듯 이리저리 부드러운 곡선을 그려 나갔다.
바로크 시대부터 고전, 근대, 현대에 이르는 다양한 칼라의 특징적인 음악들로 짜여진 당일의 프로그램은 지휘자 박태영씨의 참신하고 탁월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구성으로서 마치 최고급 레스토랑의 풀 코스 만찬 자리에 앉아있는 풍성함을 느끼게 했다.
에피타이저로 제공된 바하의 'G선상의 아리아'는 시작 전 산만하던 관객들의 마음을 모아주었다. 검정드레스를 입고 머리에 흰 작은 리본을 꼽은 채 등장한 김남윤씨, 사흘전 모친상을 당해서인지 여느 때의 모차르트와는 사뭇 다른 서정미 넘치는 낭만 시대의 선율을 노래하듯 심취하는 모습으로 , 그러나 끝까지 연주를 마무리했다.
멘델스존의 곡으로서만 들었던 ‘한 여름밤의 꿈’.
최근에 사망한 현대 음악가, 쉬니트케답게 폴리코드를 사용해서 클라스타(덩어리 불협화음)파트를 8개의 분할로 연주하는 현들의 울림이 셰익스피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장난스런 요정 퍽과 우스꽝스런 괴물 모습의 보틈을 해학적으로 잘 표현 해 주었다. 국내 초연으로 만난 연주여서 더 의미 있는 연주로 다가왔다.
특별히 아내와 조국을 끔찍이 사랑한 음악가로 알려진 레스피기의 작품, ‘로마의 소나무’는 로마 근처의 4곳의 소나무 숲을 그린 색채감이 넘치는 대 편성의 화려한 곡이다.
새벽녘의 고요한 숲속의 정경부터 떠오른 태양의 화려함과 나란히 빛을 받는 찌를 듯한 높은 소나무, 그리고 전 관현악의 총주로 웅장하게 울리는 개선 군인들의 모습이 마지막 절정을 울리는 끝맺음에 관중들은 끝까지 시선을 모은 채 움직일 줄 몰랐다.
'새'라는 모음곡을 작곡한 레스피기는 '로마의 소나무'에서도 밤 꾀꼬리를 등장시키는데
당일 역시 녹음된 새 소리가 관현악 연주와 함께 들리는 이색적인 무대였다.
한층 높아진 기량을 선보인 전주 시향의 연주에 흐뭇했다.
/윤전경 (음악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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