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국립민속국악원(원장 곽용효)은 판소리 동편제의 본고장인 남원에 있으면서 정작 전주나들이는 드물다. 전주에서의 공연이라야 전주박물관 앞뜰에서의 소규모공연 등이 고작이었다.
그러한 민속국악원이 큼직한 선물보따리를 가지고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열리는 전주를 찾았다. 창극 춘향전 ‘어화둥둥 내사랑’이 20일 오후 6시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연지홀에서 펼쳐진다.
이번 전주공연은 국악원이 지난 92년 개원한 이래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그만큼 민속국악원 관계자들이 꼼꼼함과 애정을 가지고 공연준비를 가졌음을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공연시간만 2시간20분에 이르는 ‘어화둥둥 내사랑’은 정통창극을 표방한 것이 가장 큰 특징. 기존의 창극처럼 다채로운 볼거리와 연극적 규모를 앞세우기 보다는 소리의 본질을 추구하는데 공력을 들였다. ‘소리가 부실한 무대’가 아닌 ‘온소리로 감싼 정통창극’을 앞세우고 있는 것.
이번 작품은 5월 단오날 춘향의 그네타는 모습과 춘향의 안수해 접수화(기러기는 바다를 따르고 나비는 꽃을 따른다) 대사로 유명한 ‘광한루’를 비롯해 춘향과 이도령이 백년가약을 약속하는 ‘부용당’, 한양가는 이도령과 춘향이 재회를 약조하는 ‘이별’, 변사또의 기생점고가 흥겨운 ‘동헌 변사또 부임’, 암행어사가 된 이도령이 남원고을 민심을 정탐하는 ‘농부가와 어사 이몽룡’, 월매의 문전박대가 이어지는 ‘춘향의 집’, 쑥대머리로 유명한 ‘옥중’, 마지막으로 ‘동헌 어사출도’가 펼쳐지는 2막8장으로 구성된다.
연출 지기학씨(민속국악원 단원)와 52명의 단원(객원 8명 포함)이 전통창극의 진수를 선사한다. 황갑도와 방수미가 각각 이도령과 춘향을 열연하고 유하영(월매), 최태진(방자), 박은선(향단), 김이곤(변사또) 등이 정통 창극의 진수를 선사한다.
감독은 국립민속국악원 김무길악장, 중요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성우향명창이 작창했다.
소리지도 및 도창은 박양덕지도위원, 음악지도와 안무는 각각 박천택, 계현순지도위원이 맡았다.
창극애호가라면 지난달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개관기념공연으로 무대에 오른 전북도립국악원의 창무극 ‘춘향전’과 이번 공연을 비교해 감상해봄직도 하다.
지난 92년 개원한 국립민속국악원은 97년 5월 8백32석규모의 공연장을 포함한 신청사의 문을 열고 해마다 수십차례의 정기공연과 순회공연을 펼치고 있다.
연출을 맡는 지기학씨는 “지난 5월 춘향제를 통해 처음 선보이기도 했던 ‘어화둥둥 내사랑’은 지금까지 준비시간이 충분했던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정진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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