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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허울뿐인 보육정책

9월의 햇살이 투명하게 빛나던 오후. 우리 어린이집 놀이터에서 7-8명의 장애 아동들이 선생님들과 즐거운 놀이시간을 갖고 있었다. 모래 장난과 놀이기구에 푹 빠져 있는 아이들은 가까운 곳에 있는 장애 어린이 집의 보육아동들 이었다.

지금은 여러 가지 형편상 중단되었지만 몇 년 전에는 우리 어린이 집의 아이들이 일주일에 하루씩 그 어린이 집에 놀러 갔었다.

통합보육의 중요성은 누구나 공감하는 일이다. 다행히도 우리 어린이 집과 그곳은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놀이 통합을 시도했던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통합 놀이가 지금은 지속되지 못하고 있지만, 대신 한 달에 서너번씩 장애 정도가 비교적 가벼운 아이들이 우리 어린이 집에서 야외 놀이를 즐겨했다.

아이들이 놀만한 마땅한 실외놀이 여건이 부족한 것을 안타깝게 여긴 선생님들의 애틋한 배려 덕분이었다. 그런데, 그날 즐거운 외출은 슬픈 외출이 되었고 그 짧은 외출이 중단되었다.

놀이를 마치고 되돌아가던 중 정신지체 아동 하나가 교사의 손을 뿌리치고 순식간에 차도에 뛰어 든 것이다.

그 사고가 있고 며칠 후 정부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만큼 급속히 감소하고 있는 출산율과 관련하여 대대적인 보육시설 확충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미 보육 시설은 너무 많지 않은가? 운영상의 이유로 문을 닫거나,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지 못해서 경매처분이 된 시설도 전국적으로 수백 개에 이른다. 그렇다면 무턱대고 시설 수를 늘리기보다는 과학적으로 다른 방안을 찾아보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먼저 어째서 시설이 이렇게 많은대도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는 부모들의 호소는 그치지 않고 있으며, 또한 부모들은 값이 싸고 전문 인력이 돌보는 안전한 보육시설 이용을 기피하고 많은 비용을 지출하면서까지 개인 양육자에게 의존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아예 자녀 출산 자체를 포기하는지 그 원인을 세심하게 살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보육시설 운영자들이 영아보육, 주말·휴일, 야간 시간 등 다양한 보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부모의 욕구를 충족하지 못하는지, 정책상의 문제는 없는지에 대해서 분석과 대안모색이 필요 하겠다. 

특히 보육의 본래 취지가 제대로 실행되지 못한 채 이른바 다른 2중대 유치원과 별반 다를 게 없는 프로그램과 교육 내용을 시정하여, 사회적 서비스를 담당하는 사회복지 기관의 기능과 정채성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보육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일이고 보육에 대한 정부의 책임의식이 강화되지 않고는 시장에 내맡긴 체 최소한의 질을 유지하는 것도 어려운 문제를 극복 할 수 없다.

최소한의 놀이터 마저 갖출 수 없는 열악함을 방치하거나, 최저 수준의 예산지원 마저 인색하기 이를 데 없는 상태에서 결코 장삿속이 되어서는 안될 자녀 양육을 시장에 나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의 무책임한 보육 정책은 전희되는 것이 마땅하다.

아동 수당도 지금되지 않고, 부모의 출산 휴가 마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돈 없이 아이를 키우는 일은 몹씨 버거운 일이기도 하고, 부모의 인생을 담보하는 모험을 가는 것이기도 하다. 보육시설 수가 증가하는 것만큼 출산율이 증가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그렇게 간단치가 않은 것이다.

 

 

/ 이혜숙 (한일장신대 겸임교수, 롯데 어린이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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