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송년모임도 잦다.
연락 받은 송년모임을 다 참석한다면 1주일에 3∼4회는 밖에서 저녁을 먹어야 한다.
그런데 막상 모임에 가보면 이런저런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을 중복해 만나게 되고 모임의 내용 또한 대부분이 회비로 밥 먹고 노래하고 끝나는 식이다.
언젠가 사업 때문에 자주 마실 수 밖에 없는 술 때문에 힘들어하는 남편에게 따진 적이 있다.
“도대체 사업은 왜 하느냐? 혹시라도 가족을 위해서라고는 하지 마라. 이건 가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업 자체가 목적이고 우린 오히려 희생자 같다. 매춘여성들만 몸 팔아 돈 버는게 아니다. 사업 때문에 술 자주 마시고 몸 망가진다면 당신도 몸 팔아서 돈 버는 것 아니냐? 난 당신 몸 판 돈으로 살기 싫다!”
사람들은 살면서 처음의 목표를 잊는 경우가 많다.
국민을 위한답시고 정치에 나선 사람들이 정치자금 모으는 일에만 몰두해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아이를 위한답시고 점수 더 받게 하려고 숙제나 대신해주는 어머니들이 있는가 하면, 가족을 위해 일한답시고 정작 일에 중독돼 아이가 아빠 얼굴도 모르는 웃지 못할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언젠가 한 다국적기업 회장의 자서전을 읽고 깊은 인상을 받은 일이 있다.
포츈지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부자들 중 한명인 그 사람은 바쁜 일상에도 불구하고 항상 온 가족이 저녁식사를 같이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고 자신이 회사에서 야근할 때는 집에서 식사를 한 후 다시 회사에 나가 일을 한다는 것이다.
목표를 잊고 망가져가는 우리네 현실을 대비해보았다.
아버지는 망년회, 어머니는 계모임, 아이들은 학원….
그러다보니 함께 저녁식사 한 끼 제대로 하기 힘들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모두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기본은 ‘가족’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외비 때문에 딸이 어머니를 살해하고, 보험금을 노려 남편이 부인을 살해하는 이 살벌한 세상의 주범은 무엇보다도 가족간의 사랑부재 때문일 것이다.
연말을 맞아 별 생각 없이 이 곳 저 곳 망년회에 쫓아다니기 보다는 한 해를 살아온 나 자신을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갖자.
내가 가족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후회할 만한 일은 없었는지, 있다면 올해가 가기 전에 가족들간의 진솔한 대화시간을 갖고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자.
우리 모두 기본으로 돌아가 가족을 사랑하고 혹시라도 일 때문에 남편을, 자녀들을, 부모님께 소홀히 했었다면 다시 한 번 처음으로 돌아가 정말 우리에게 소중한 것에 충실하자.
/ 김희순 ((주)율그룹 건축사무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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