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노랫말과 음역을 자유롭게 유영한 굵은 목소리는 깊은 울림을 자아낸다. 눈을 감은 채 음미하는 중년신사나 책상에 손가락을 튕기며 장단을 맞추는 30대 아줌마, 그리고 박수치며 흥겨워하는 대학생 등 관객 모두가 노래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23일 밤 전주소프트웨어지원센터 멀티미디어실에서 열린 동학역사교실의 마지막을 장식한 ‘가수 김원중의 노래로 듣는 역사이야기’는 노래가 가진 힘을 새삼 느끼게 한 시간이었다.
저항과 시대정신을 담은 가사와 선율은 마음속 깊은 울림을 자아내며 생채기 가득한 우리 역사를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시키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날 “송기숙 현기영 등 당대 문학가들이 강연한 진중한 자리인줄 알았다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걱정했지만 공연장이 아닌 강의실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여기에 관객들은 그의 노래가 시작하고 끝날때마다 뜨거운 박수로 환호를 보냈다.
김씨는 입이 있어도 말을 하지 못했던 일제치하와 유신시대를 ‘아다다’를 통해 이야기했고 80년 5월 광주의 아픔을 ‘바위섬’으로, 통일의 염원을 ‘직녀에게’로 노래했다. 또 시인 김준태·안도현씨의 시를 노랫말로 바꿔 부르며 관객들의 박수를 유도했다.
마음과 마음을 열어놓고 만난 김씨와 관객들이 만든 ‘노래와 함께 한 역사여행’은 예정됐던 1시간을 훨씬 넘겨 2시간이 다돼서야 끝을 맺었다.
‘옥에 티’라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채워진 자리보다 빈자리가 많았던 것이 이날은 더 아쉬웠다. 하지만 이날 참석한 시인 안도현씨가 “빈자리의 주인이 불쌍해진 시간”이라고 말한 것 처럼 이날 강연장을 채운 40여명의 참석자들에겐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역사강연(?)이 된 것 같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