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소극장연극제는 전북연극계가 안고 있는 한계와 과제를 다시한번 확인시켜준 자리였다.
이번 연극제는 지난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창작극회(대표 류경호)의 ‘귀싸대기를 쳐라’(최기우 작·홍석찬 연출)를 시작으로 지난 14일∼18일 극단 황토(대표 박병도)의 ‘춘풍의 처’(오태석 작·박병도 연출), 21일∼25일 극단 하늘(대표 조승철)의 ‘돌아서서 나라’(이만희 작·조승철 연출) 등이 무대를 이었다.
연극협회는 ‘화합의 한마당 연극축제·하나되는 전라북도’를 주제로 내세웠지만 우선 예년보다 저조했던 참여극단으로 의욕적으로 추지했던 소극장연극제의 취지가 무색했다. 게다가 이번 연극제는 예년처럼 관객들을 지속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장기공연도 없어 소극장연극의 특성을 살려내는데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만 해도 전주 군산 남원 등을 순회하며 6개팀이, 99년 5개팀, 98년에는 8개팀이 공연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연극제가 모토로 삼은 ‘화합의 한마당 연극축제’의 성격을 살리지 못한 점은 더욱 아쉬웠다. 일부 참가극단의 완성도 낮은 작품도 실망을 안겼다.
공연무대 곳곳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실수는 그만두고라도 준비부족으로 인해 관객들의 감동을 자아내기에는 한계를 드러냈다. 결국 지역극단들이 쌓아온 역량도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던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돋보이는 성과도 적지 않았다. 올해 소극장연극제의 성과를 꼽는다면 신예작가의 발굴이다. 소설가 최기우씨. ‘귀싸대기를 쳐라’의 극본을 쓰고 첫번째 창작무대를 가진 최씨는 이번 작품을 통해 특유의 익살맞고 재치넘치는 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만성 극작가부재에 시달려온 전북연극계로서는 ‘젊은피’를 수혈받았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연극제의 서막을 장식한 ‘귀싸대기를 쳐라’는 소시민들의 소영웅주의를 꼬집으며 사회에 대한 냉소와 피해의식을 담은 코미디형식의 사회비판극으로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이춘풍전을 각색한 ‘춘풍의 처’는 전통창극을 현대화해 대중성과 마당성을 높이려는 시도를 높이살만했으며 춘풍의 처로 열연한 김영란의 사실적인 연기가 돋보였다.
영화 ‘약속’과는 전혀다른 감동을 선사한 ‘돌아서서 떠나라’는 김경미와 고조영의 연기가 여성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내년 전국연극제를 앞두고 현집행부가 연극계내부의 화합을 화두로 던지며 다각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만큼 내년 소극장연극제를 위해 해결해야할 과제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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