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서의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전주관객들의 반응이 어떨지 무척 궁금합니다”
다음달 3일 오후 7시 전북대삼성문화회관에 올리는 이정희 현대무용단의 ‘비무장지대(DMZ)’ 공연을 앞두고 전주를 찾은 현대무용가 중앙대 이정희교수(47, 중앙대)는 “이번 공연이 통일의 염원을 다지고 통일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하는 지를 고민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무장지대(DMZ)는 우리 민족의 근현대사를 함축하는 대표적인 코드. 숨막힐듯 고요하면서도 첨예한 군사대립이 공존하는 이곳은 강대국에 의해 허리가 잘리고 우리 민족의 정기마저 끊어져버린 비극의 현장이기도 하다.
38선이 그어진지 50년이 지난 지금, 현대무용가 이정희씨가 올리는 이 작품은 우리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가는 분단의 상흔과 그 역사적 의미를 반추하게하는 작품이다.
“전쟁과 이산의 아픔을 함축된 몸짓으로 형상화한 ‘DMZ’는 아직도 남과 북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비무장지대의 다양한 이미지를 담은 것입니다. 분단에 대한 나의 해석과 해원의 풀이를 담아낸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정희식 레퀴엠’이랄 수 있는 ‘DMZ’는 지난 92년 아홉번째를 마지막으로 중단된 이씨의 대표작 ‘살푸리’의 완결판이다.
‘살푸리-10’이라는 제목을 붙이지 않았을 뿐 이 작품은 이산가족의 고통과 해후를 그린 ‘살푸리-6’, 한국전쟁에서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을 추모하는 ‘살푸리-9’처럼 분단의 고통에 집착한다.
그가 총체적무용을 지향하고 있는 만큼 이번 작품에서도 전쟁을 담은 파격적인 영상은 물론 연극적이고 즉흥적인 요소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무용수가 대사를 사용하는 흔치않은 장면도 눈에 띈다.
이화여대와 대학원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한 이교수는 30대초 미국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 ‘살푸리’연작으로 광주민주화운동 등 한국현대사의 상처를 춤으로 녹여내는 작업에 천착해왔다.
한국현대무용의 대모인 육완순씨의 수제자이기도 한 이교수는 ‘현대무용의 생명은 창작’이라는 신념아래 미래지향적이면서도 실험적인 작품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는 중견안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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