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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현의 판소리 길라잡이] 8명창시대

 



판소리가 어느 때 누구에 의해서 불려지기 시작했는지 지금에 와서 정확하게 확인할 방법은 없다. 그저 18세기 이전에 다수의 남도 지역 광대들에 의해 불려지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18세기에 이르면 판소리 창자들의 이름이 문헌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런 기록을 남긴 사람들은 한문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을 정도의 교양을 갖추고, 양반으로서 행세하던 사람들이다. 19세기에 이르면 판소리는 이제 양반들의 확실한 애호를 받게 되어 전성기를 구가하게 된다. 소리꾼들이 생원이니, 선달이니, 동지니, 참봉이니 하는 벼슬을 받은 것도 이때부터이다.

 

19세기를 판소리사에서는 8명창시대라고 부른다. 8명창시대라고 하면 여덟 명의 명창들이 활동하던 시기라는 뜻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물론 이런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꼭 8이라는 숫자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당시에 활동하던 명창이 어찌 여덟 명에 불과했겠는가. 수많은 소리꾼들이 활동했을 것인데, 그 중에서 여덟 명 정도를 골라 8명창이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8이란 숫자는 전체를 아우르는 의미가 강한 것이지, 꼭 여덟 명을 가리키는 말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우리가 흔히 조선팔도라고 하면 꼭 우리나라의 여덟 개 도라는 의미라기보다 우리나라 전체라는 뜻으로 새겨야 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흔히 8명창이라고 하지만, 8명창에 들어가는 사람들도 일정하지는 않다. 많은 소리꾼들 중에서 몇몇을 대표적인 소리꾼으로 고를 때에는 고르는 사람의 취향과 조건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가령 어떤 사람은 김아무개 소리를 좋아해서 8명창에 끼워 넣었지만, 어떤 사람은 그 사람의 소리를 높게 평가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김아무개라는 소리꾼을 만나보지 못해서 8명창에 넣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데 명창에 대한 기록을 남긴 사람들은 주로 양반들이다. 따라서 8명창도 주로 양반들의 취향에 맞는 소리꾼들, 그리고 양반들이 접촉할 수 있었던 소리꾼들 중에서 선정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기록에는 남아 있지 않지만 민중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었던 소리꾼들도 얼마든지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다만 기록자를 못 만나 전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 최동현 (판소리 연구가, 군산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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