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사춘기를 겪은 사람이라면 애틋했던 무지개색깔의 꿈을 잊지 못한다.
누구나 한번쯤은 많은 관객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면서 무대에 오르는 소망도 꿈꿔봤음직하다. 특히 중고생시절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눈물방울을 떨어뜨렸던 여성들은 더욱 그럴 것이다.
곱디고운 드레스를 늘어뜨리고 천상의 목소리로 관객들의 눈시울을 자극하며 우레와 같은 박수를 뒤로 한채 무대를 떠나는 막연한 동경도 사춘기시절의 소망가운데 하나다.
세월이 흘러 이립과 불혹을 넘겼지만 사춘기시절의 꿈을 보듬고 있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성악발표회를 앞두고 있는 전북대 평생교육원 음악교육과 성악반 수강생들.
이들이 주인공으로 서는 17일 오후 7시 바리톤소극장에서의 성악발표회는 단순한 무대라기 보다는 사춘기때의 꿈을 도화지에 그려보는 보통사람들의 꿈의 구현장이다.
이날 무대에 오르는 이들은 청일점인 정형철씨(52)를 비롯해 이미정(46), 임은수(30), 양미경(38), 안천연(32), 김미옥(36), 장미현씨(22) 등 7명.
성악반의 문을 두드린 지 길게는 2년만에 짧게는 한학기만에 무대에 서는 이들은 성악에 입문한 동기나 사연도 10인10색이지만 음악을 좋아하고 이를 직접 펼쳐보이고 싶다는 마음만은 한결같다.
수강생들 가운데 가장 고참인 이미정씨(3학기째 수강)는 “소녀시절의 꿈을 펼쳐보이고 싶어 문을 두드렸고 이제서야 결실을 맺는 것같다”면서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음반을 내는 것이 조그만 바람”이라고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양미경씨는 “많은 사람들에게 내 목소리로 제대로 된 찬양을 들려주고 싶다”며 “감동과 은혜를 직접 나눠주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강생들 가운데는 단순히 무대에 서는 꿈과 함께 다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이곳을 찾은 사람들도 있다. 앞으로 음성치료학을 전공할 계획을 갖고 있는 임은수씨는 제대로 된 발성과 호흡을 배우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지난해 성악반을 찾은 한 수강생은 성악전공으로 광주지역 대학으로 편입하는 등 음대에 진학하기 앞서 기초를 다지기 위해 성악반을 찾은 이들도 적지 않다. 안천연씨도 성악전공을 위해 유학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들을 지도하는 전담교수는 소프라노 박양숙씨. 지난해부터 4학기째 수강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박씨는 수강생들에게 무대에 서는 꿈을 안내해주는 가이드인 셈이다.
“누구나 성악에 입문할 수 있다”고 말하는 박씨는 “클래식연주는 천부적인 것도 중요하겠지만 훈련을 통해 직접 연주하는 기쁨을 누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성경귀절에 ‘숨쉴 수 있는 자는 찬양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성악도 마찬가지죠. 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성악가처럼 무대에 서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수강생들도 처음엔 백지상태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누구 못지않은 기량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한학기동안 수강생들이 이수하는 시간은 30시간. 박씨는 수강생들에게 곧바로 노래를 익히게하기 보다는 기초를 다지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첫학기째는 호흡과 발성을 가다듬는데 전력하고, 2학기째는 호흡으로 소리만들기와 공명 등을 익히게 한다. 수준높은 가창을 위해선 발성과 호흡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배려인 것. 수강생들이 어느정도 기초를 가다듬으면 2학기중반부터서야 우리가곡을 익히고, 3학기에는 이태리가곡을 배운다.
“성악에 입문하는 사람 가운데 상당수는 배로 소리를 내지 않고 목으로 소리는 내는 우를 범하게 마련”이라고 말하는 박씨는 “가창의 기본은 지성발성이 아닌 두성발성이라는 점을 체득케하는 과정이 입문자의 필수코스”라고 설명한다.
“성악에 대해 백지상태인 수강생은 오히려 성악을 익히는 게 수월합니다. 성악에 관심이 많아 이리저리 기웃거리다 그릇된 습관이 배인 수강생들은 오히려 발성과 호흡을 익히는데 더욱 힘들죠. 하지만 어느 정도 발성을 터득하고 나면 누구나 클래식음악을 연주할 수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이해하게 됩니다”
수강생들은 두달전부터 발표회준비에 매달렸다고 한다. 한 수강생은 꿈속에서도 노래를 불렀을 만큼 처음 서는 성악무대가 두려우면서도 한편으론 손꼽아 기다려진다. 이들이 무대에 올라 그동안 갈고닦은 가창실력을 뽐내고 무대에 내려올 때, 이들은 소녀시절의 꿈을 이루는 것은 물론 클래식의 문턱이 조금씩 낮아지고 있음을 역설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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