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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미국의 딜레마, 군수산업

해마다 연말이면 '아쉬운 한 해였다'고 사람마다 늘 아쉬워한다. 금년 역시 예외는 아니다. 남북 대화가 삐걱거리는 것도 아쉽지만 2001년 9월 11일, 뉴욕의 세계무역센타 테러 사건이후 급랭한 반전 평화론에 대한 세계 여론이 잠적 또는 침묵하는 것이 아쉽다.

소련이 무너진 지금 미국은 소련의 빈자리에 또 다른 희생양을 앉혀야 한다. 그것이 이른바 미국이 말하는 테러국 전략이다. 미국은 미리 테러국 리스트를 작성하여 응징의 기회를 예비하는 것이 대외 전략이다. 

백악관의 외교 전담 부서인 국무부(department of state) 라는 명칭이 시사하듯 미국의 대외 정치, 즉 외교는 따로 없다. 외교가 곧 국내정치이며 그 정치의 끝자락에는 늘 전쟁이 도사리고 있었다. 

미국의 역대 정권들이 끊임없이 국제 분쟁에 개입, 대규모 무력을 시위한 것은 정치 행위의 일환이다. 유고 내전·걸프전·월남전 등 수 없는 국지적 분쟁에 개입하여 힘의 우위와 자국민의 자부심을 고무시키는 것이 백악관의 정치이었다. 

최근 종교와 정치가 분리되지 않는 아프간을 상대로 펼치는 미국의 전쟁 놀이는 소위 헌팅턴이 말하는 기독교 문명과의 충돌이 아니라 부시정권의 고도의 정치행위이며 걸프전 이후 10여 년 가까운 기간 동안 적체된 군수산업체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호기이다.

2차 대전 후 50년이 넘는 긴 기간동안 미·소 경쟁체재하의 미국은 끝임 없이 군비 확장을 통해 군사적 우위를 도모하였다. 이 기간동안 미국 산업은 軍·産 복합체이라는 새로운 형태를 파생 시켰다. 

그런데 무기 생산 주체인 방위산업체의 살길은 무기가 소비되어야 한다. 이 말은 세계 도처에서 전쟁이 그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의 국제 분쟁 지역 개입은 자국의 군수산업체의 명운과 무관치 않는 이유이기도하다. 

무기는 民需品이 아니다. 생필품처럼 백화점에서 민간인이 구매할 수 있는 일상용품이 아니라는 뜻이다.

냉전이 종식된 지금의 군사적 우위는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공약사업이 MD 구축이었다는 사실은 화살과 창을 호미와 모습으로 바꾸려는 정책과 거리가 멀다. 그야말로 방위산업의 새로운 출구를 창조해 내는 일이다. 

방위 산업의 자기 생존 논리에 함몰되어 공룡처럼 거대해진 지금, 그리고 앞으로 미국 정부는 군비확충을 위해 국민 설득용으로 해외 분쟁 지역에 개입할 것이다. 세계의 약소·민족·영토 분규 지역은 예외 없이 차례차례 규모 이상의 美製 폭탄 세례를 경험하리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미국의 강점은 다른 어느 국가 사회 보다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할 수 있는 담론공간이 열려 있다는 점이었다. 그런 강점이 부시정권의 아프간 전쟁으로 의견 분출 출구가 막힌 것은 미국의 비극이자 세계 지성계의 弔鐘인 것이나 다름없다.

무고하게 죽어갔을 메마른 아프간 산악지대의 수 없는 노약자와 부녀자, 그리고 어린이들의 죽음이 빈곤한 아프간에서 살았기 때문에 존엄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감히 미국에 대적한 국가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미국은 최빈국인 아프간을 상대로 전쟁을 벌렸다. 테러에 의해 망가진 미국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피의 응징임에는 틀림없지만 무고한 인명 살상이라는 가슴에 묻힌 반미 증오심은 수백 년 동안 미국이 걸머져야할 업보로 남을 것이다. 그런 오만의 세월이 흐르면서 미국은 차차 세계적 우월권을 상실할 것이다. 

 

/ 박영학 (원광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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