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모한 시들의 수준은 고르고 높은 편이었다. 그 동안 여러 대학에서 문예창작 전공이 생겨나고, 창작 강좌를 개설한 사회 교육 기관이 많아져서 문예 창작을 전문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가 활성화된 것이 한 원인으로 보인다.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작품이 많았으나 전반적으로 기교와 수사에 그친 작품, 외양을 깔끔하고 그럴싸하게 꾸미는 데서 벗어나지 못한 작품이 대부분이었음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시에 담길 만한 생각을 갈고 다듬어, 기교와 수사의 학습에 더해 정신의 깊이까지 아우른 작품은 아주 드물었다. 시 창작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되씹어 보아야 할 대목이 아닐까. 좋은 시는 아름다운 표현과 곰삭은 생각이 어우러진 곳에서 피어오르는 아주 귀한 꽃인 것이다.
마지막 선에 오른 작품들은 어느 것을 당선작에 올려도 손색이 없을 듯해, 선자들은 이들을 책상 위에 펼쳐 놓고 오래 고심하였다. 다들 장점과 단점을 나누어 가지고 있었는데 거듭 읽으며 단점이 적은 쪽을 고르기로 했다.
최윤옥의 ‘씨앗’은 어머니의 사랑과 고난을 되새기며 삶의 각오를 새롭게 하는 주제를 다룬 깔끔하고 간결한 좋은 작품이었으나 중반의 어수선함이 흠이 되었다.
김인하의 ‘중심의 상처’는 제재를 다루는 정신의 힘과 탄탄한 언어적 기량이 돋보였고, 거의 매 연마다 다르게 제시된 비유의 매개들은 저마다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었으나, 역시 이들이 하나의 의미로 통합되지는 못하여 아쉬웠다.
유상우의 ‘낙화암’은 꽃피는 봄날과 청춘의 번민을 엮어 빚은 아름다운 서정시인데, 화자의 경험과 정서를 뒷받침하는 요소가 적어 소품에 머물고 말았다.
송승근의 ‘낡은 구두’는 절제된 언어로 대상의 은유적 내막을 추궁하며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패기에 찬 작품이었으나, 동봉한 다른 작품들에서 안정되지 못한 표현들이 더러 있어 미덥지 못했다.
고심 끝에 우리는 ‘낡은 구두’를 당선작으로 뽑는다. 신춘문예가 사람보다는 작품에 주는 상이라는 사실에 유념할 때 ‘낡은 구두’는 다른 작품들보다 완성도가 높았으며 젊은 힘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선작을 쓴 이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며 더 좋은 시를 더 자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선에 오르지 못한 다른 분들도 정진하여 좋은 시로 다시 만나게 되기를 바란다.
/ 정양(우석대 국문과 교수), 이희중(전주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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