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일본’
일본을 다녀온 국내 월드컵관계자들의 평가는 한결같다. 이는 2002한일월드컵의 파트너인 일본이 장기적인 안목을 앞세운 세심한 전략과 꼼꼼한 세부계획을 앞세워 일찌감치 월드컵 개최준비를 마친 점을 눈여겨본 끝에 내린 결론이다. 그만큼 일본은 ‘멀리 보는 눈’으로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다.
살제로 ‘새로운 문화 시장이 생기면 민첩하게 파고든다’는 속설처럼 일본에선 한·일의 경기개최 20개 도시를 찾을 사람들을 위한 종합정보가이드가 상품화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선보인 2002년 월드컵 공식 가이드북에는 ‘인천은 1882년 영국 군함 승무원으로부터 축구가 전해진 한국 축구 발상지’‘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은 남녀 화장실 숫자를 그때그때 남녀 비율에 맞춰 유동적으로 변경한다’는 내용이 수록돼 있을 만큼 경기 도시 소개가 상세하다.
이같은 책들을 일본이 영문판으로 찍어 세계인들에게 판매한다면 문화시장 하나를 일본이 선점하는 셈이다.
일본의 조용하면서도 철저하게 실속을 챙기는 전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크다.
이와함께 일본의 개최도시들은 생활밀착형의 아기자기한 행사로 월드컵붐조성을 꾀하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웬만한 문화페스티벌을 벌일 때마다 행사 1년전에 자원봉사자 명단까지 확정하는 나라답게 일본은 문화월드컵 이벤트들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
일본에 있는 10개의 월드컵 개최도시 가운데 스포트라이트를 가장 많이 받는 곳이 요코하마다. 서울 상암월드컵주경기장에서 열리는 개막전과 함께 지구촌 축구팬들의 시선을 끌어모을 2002월드컵 결승전이 이곳에서 열리기 때문.
도쿄에서 남서쪽으로 3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일본 제2의 도시이자 세계적인 미항(美港)인 요코하마는 사이타마시와 함께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지난해말 결승전 개최지로 최종 낙점됐다. 지난 98년3월 완공된 요코하마경기장은 정확히 7만1천4백16석의 관중석으로 사이타마 스타디움(6만3천60명)보다 약 8천석이 많은 일본 최대 규모의 천연잔디구장이다.
요코하마시도 월드컵을 앞두고 요코하마 시민들과 방문객 모두를 겨냥한 ‘도시 홍보’캠페인을 벌여 월드컵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계획.
요코하마는 자신들이 도예의 도시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축제를 6월초에 가지면서 도자기 전시회, 국제 가장행렬 등을 통해 문화월드컵의 붐을 띄우기 시작한다. 98년 월드컵 한·일 공동 개최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한·일 공동 오페라 ‘춘향’을 만들자고 제안한 쪽도 한국이 아니라 일본 요코하마 시민들이었다.
요코하마의 최대 시민축제인 매년 5월3일의 국제 가장행렬도 빼놓을 수 없다. 미스 요코하마를 비롯한 각 도시 미녀들의 퍼레이드, 중국 사자춤과 용춤 등이 펼쳐지며 세계를 수용하는 항구도시임을 널리 알린다.
월드컵이 개최되는 6월에는 5월말부터 6월 중순까지 개항기념 바자가 열리는데, 이때 요코하마 공원과 요코하마 경기장에서 분재시장과 일용잡화의 수출입품 판매시장이 형성된다. 우리가 눈여겨 볼 대목이 적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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