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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수필 - 당선소감>



당선소감  강현자

 

 "어머니, 자꾸만 문 밖으로 마음이 쏟아져요. 주워 담기가 힘이 들어요."

 

어머니는 내 역마살에 우풍이 들었다며 계절의 문마다 문풍지를 달아 주었다. 나는 싱거운 물고구마만 어석어석 베어먹다가 문풍지 사이로 바람이 들면, 가끔 바람에게 물어서 나를 키워준 고향의 옛 주소에 밤 마실을 가곤 했다.

 

그럴때마다 삐그덕 거리는 내 인기척에 '말만한 가시나가 밤늦게 어딜 나가냐'고 주무시는 줄만 알았던 그 옛날의 아버지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고향에 가면 불호령 하던 아버지도 계셨고, 반갑게 나를 맞는 외로운 아버지도 계셨고, 나를 키우던 매서운 부지깽이도 있었다.

 

밤새 하얀 종이에 그 시절을 그렸다 지웠다 하다가 주저앉기도 했다가, 새벽닭이 울면 그때서야 어딘가 손잡이를 걸고 일어서서 찍히지 않는 발자국을 내며 돌아오곤 했다. 얼마쯤 갔을까 돌아보면 언제나 그 자리에 돌아와 있곤 하던 발자국들, 그 발자국들이 오늘의 이 기쁜 소식이 될 줄 몰랐다.

 

역마살을 달래 듯 그 시절 고향으로 다니는 밤 마실은 내가 찾는 그 무엇보다도 내게 위안이 되어 주었다. 그래서 얻어온 이야기 보따리가 오늘의 내 수필이 되었다.

 

계절이 몇 십 번 바뀌고 어머니가 달아준 문풍지는 이미 나를 떠난 지 오래된 채로 힘없이 너덜거리지만, 문풍지가 닳도록 들락거린 보람을 이제야 이렇게만이라도 아버지께 못한 효도대신 어머니께 안겨 드려 마음이 놓인다.

 

부족한 글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 드린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문학의 힘이 되어 준 사랑하는 사람들과 안양 화요문학을 이끌어 주신 김대규 선생님을 비롯한 문우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약력

 

△62년 장수 출생
△1994년 경기도 백일장 시부문 우수
△화요문학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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