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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수필 - 심사평>



예심을 거쳐 선자(選者)에게 들어온 58 편의 원고를 하나하나 읽고 또 읽는 동안 사람들의 모습이, 생각이, 이미지가 수없이 교차했다. 심사하는 사람에게는 행복한 글읽기의 시간이었다. 그러나 '바로 이거다'하고 결정하는 데는 갈등이 따랐다.

 

최종심에서 논의된 몇 편의 글에 대한 의견은 이렇다.

 

‘한계’(윤희아)는, 한계(限界)를 통해 오히려 힘을 얻고 새로운 의지를 다진다는 인식이 튼실하게 엮어져 있다.

 

 '... .한계는 인간의 오만을 재우려는 신의 또 다른 시험대. 삶의 아킬레스 힘줄이 아닐까 한다. 나는 슬그머니 발목에 손을 가져간다.'

 

마지막 처리가 인상적이다.

 

 ‘산죽을 닮은 사람’(조하식)은 화자(話者)를 밀쳐두고 '그'라는 3인칭의 인물에 대해 말하는 듯하다가 결미에 가서야 본인임을 밝히는 독특한 방법을 썼다. 대(竹)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격조 있는 사유도 돋보인다. 그러나, 소재에 대한 통념에서 벗어난 새로운 의미나 해석이 없다.

 

‘이름’(박혜자)은 잘못된 이름과 의미에 운명처럼 발목을 잡힌 존재를 위로하고, 거기 진정한 이름을 붙여 주고 싶어하는 마음이 절실하게 나타나 있다.

 

더욱이 역사적 이름과 개인의 이름이 가진 각자의 고단함을 묶어 사유한 발상이 이채롭다. 그러나, 수필의 전개 방식과 역사에 대한 지적이 아무래도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초(沙草)’(강현자)는 간절함으로 씌어졌다는 데서 오는 감동이 컸다. 자칫 감상으로 흐를 위험성이 있는 소재이나,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는 문장도 신선하다.  무엇보다도 행간에 흐르는 곡진함이 글을 빛나게 한다.

 

망설임 끝에 ‘사초’를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선택이 어려울 때는 흔히 말하는 대로 '마음이 저절로 가는 쪽으로'기울기 마련이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선택을 어렵게 했던 글들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좋은 수필을 쓰기 위해서는 삶에 대한 통찰력이 남달라야 한다. 사물을 보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투명하면서도 깊은 울림, 풍부하면서도 절제된 감성, 평이하지만 신선한 문체, 개성 있는 시각, 미의식... . 수필 쓰기가 어려운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심사위원 :  최승범(시인, 수필가), 김저운(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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