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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물이 그렇게 맑은 까닭은



問渠那得淸如許, 爲有源頭活水來
문거나득청여허, 위유원두활수래

 

묻노니 "도랑물이 어쩌면 그리도 맑으오?" "근원지에서 생수가 샘솟기 때문이지요"

 

송나라의 대 학자인 주자의 〈관서유감(觀書有感-책을 대하고서)〉시 제1수에 나오는 구절이다.

 

도랑물은 때로 흐려질 수 있다. 고기잡이를 하는 아이들이 흐려 놓을 수도 있고 짐을 실은 마차가 지나가면서도 흐려 놓을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흐려졌던 도랑물이 금새 다시 맑아지는 까닭은 상류의 수원지에서 맑은 생수가 솟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네 마음도 때때로 흐려 질 수 있다. 남을 미워할 수도 있고 남의 물건을 탐할 수도 있으며 음탕한 생각을 할 수도 있고 사악한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흐린 생각들이 잠시 왔다가도 다시 맑은 생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은 책 때문이다.

 

독서는 도랑물처럼 흐르는 내 마음의 근원지에서 생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생수가 솟는 한 도랑물은 이내 맑게 흐르고, 독서가 있는 한 잠시 흐렸던 내 마음도 이내 맑아지게 된다. 이 어찌 도랑물과 개인의 마음에만 국한된 일이랴. 세상 돌아가는 이치도 다 여기에 있다.

 

그래서 '윗물이 맑으면 아랫물도 맑다'는 속담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윗물이라고 해서 까닭 없이 다 맑지는 않다는 것이다.

 

아무리 흐리게 하려 해도 흐려지지 않는 퐁퐁 솟는 샘이 있어야만 윗물의 맑음을 영원히 유지 할 수 있다. 배운 지식인들이 우리 사회의 맑은 샘 역할을 다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問;물을 문  渠:도랑 거  那;어찌 나  得:능히 득  淸:맑을 청  許:이(this) 허  源:근원 원  頭;머리 두  活;살 활 ※如許는 如此와 같은 말로서 '이 같이'라는 뜻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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