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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로 읽는 영화이야기] 영화속 한국인



최근 유럽연수에 나선 여대생 2명이 영국에서 피살되거나 실종돼 유학생주의보가 내려졌다. 특히 이들 가운데 한사람이 전북대 휴학생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지역민들이 느끼는 체감도는 더욱 크다.

 

지난해말에는 왕년의 육체파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한국인들의 개고기식용에 대해 ‘동물보호론자의 입장에서 개고기 식용을 이해하지 못한다’‘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등의 비난섞인 발언을 쏟아냈는가 하면 라디오방송 MC와 설전을 벌이다 방송도중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는 무례한 행동을 일삼아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이같은 사례는 국제화시대를 맞아 세계와의 왕래가 잦아지면서 한국인들의 문화와 성격이 그만큼 두드러지고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그렇다면 외국영화에서 그려지는 한국인의 이미지는 어떨까.

 

불행히도 브리지트 바르도의 독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구인들의 백인우월주의가 뚜렷한데다 한국하면 아직도 ‘한국전쟁’의 부정적 이미지가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

 

한국인들을 ‘전쟁고아’로 인식시키는 대표적인 영화는 아무래도 ‘매쉬’(MASH·감독 로버트 알트만·1970)다. 한국전을 배경으로 한국주둔 미육군야전병원을 무대로 삼은 블랙코미디로, 베트남전의 정서가 많이 반영된 탓에 한국의 술집 여종업원들에게 기모노를 입히고 남자들은 베트남식 밀짚모자를 쓰게하는 등 엉터리 고증이 문제가 됐다.

 

그런가 하면 80년대들어 한국인의 이미지는 ‘돈만 아는 독종’‘영어도 못하면서 돈만 밝히는 사람들’로 묘사되기 일쑤다.

 

불랙아메리칸필름의 선두주자 스파이크 리가 연출한 ‘똑바로 살아라’(DO THE RIGHT THING·1989)는 미국의 인종차별주의를 고발하면서 애꿎게 한국인을 앞세운다.

 

브루클린의 흑인지역 베드포드 스타이브샌트의 피자가게를 무대로 흑백충돌을 다루는 이 영화는 극중 한국인이자 식품점을 운영하는 김씨는 흑인들로부터 ‘영어 좀 배워. 영어 못해?’라고 계속 무시받는다. 급기야 한 흑인이 이렇게 외친다. “째진 눈이 뉴욕의 과일·야채상점을 다 차지했어! 88서울올림픽, 한국 킥복싱, 엿먹어라!”

 

이같은 한국인 비하는 ‘폴링다운’(Falling Down·감독 조엘 슈마허·1993)도 뒤지지 않는다. 하필이면 딸의 생일날 실직, 분쟁, 교통체증 등의 악운을 겪는 디펜스(마이클 더글러스 분)라는 한 샐러리맨이 인정이 메마른 현대사회의 단면을 고발하는 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동전을 바꾸기 위해 들어간 주류판매업소 주인이 한국인.

 

이 업소의 한인업주 이씨(중국계 마이클 챈 분)가 “물건을 사야만 동전을 바꾸어 주겠다”고 답하자 주인공은 “여기와서 살려면 말부터 제대로 배워라” “우리가 너희 나라에 얼마나 많은 돈을 줬는지 알아”라며 야구방망이로 구타하고 가게를 난장판으로 만든다. 지난 94년 시민단체들에 의해 인종차별영화로 분류돼 상영이 미뤄졌다 97년에서야 개봉됐다.

 

또 아프리카 밀림속에 있던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미국에 상륙, 캘리포니아주 한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다는 내용의 ‘아웃브레이크’(Outbreak·감독 볼프강 피터슨·1995)에서는 바이러스를 미국에 옮기는 죽음의 화물선이 한국선적의 ‘태극호’다.

 

많은 한국선원들이 등장해 한국어를 말하고 선실엔 태극기가 걸려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샘 다니엘즈(더스틴 호프만 분)가 태극호를 뒤지는 장면에선 한 선원이 ‘미친거 아냐?’라고 말하는 대사도 들린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폴링다운’과 ‘아웃브레이크’의 제작사(워너브라더스)와 제작자(아놀드 코펠슨)가 일치해 한때 ‘이들이 의도적으로 한국인폄하를 유도한다’는 의혹을 키우기도 했다.

 

인간의 무의식 속에 있는 공포를 읽고 현실화시키는 능력을 갖고 있는 심해의 외계물질과 탐사단과의 대치를 그린 ‘스피어’(Sphere·감독 배리 레빈슨·1998)에서도 한국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 외계물질을 접한 탐사대원은 싸구려물건을 뜻하는 “뒷면을 살펴봐.‘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씌어 있을지도 몰라”라고 말한다.

 

지난해 줄리아로버츠에게 아카데미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에린 브로코비치’(Erin Brockovich·감독 스티븐 소더버그·2000)는 현대 엑셀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지만 에린의 초라한 삶을 상징하는 소품으로 쓰였다는 점에서 입맛을 다시게 했다. 영화 후반기 에린은 상사로부터 시보레 블레이저를 선물받고 신분상승을 이룬다.

 

부정적인 한국인은 헐리우드가 아닌 프랑스영화에서도 찾을 수 있다. ‘레옹’, ‘제5의 원소’등으로 유명한 뤽 베송이 제작한 ‘택시’(Taxi·감독 제라르 피레·1998).

 

파리시내를 시속 2백20km로 질주하는 천부적인 운전실력의 택시기사와 경찰이 한팀이 돼 은행강도를 뒤쫓는다는 이 영화에서 한국사람이 모는 택시가 지나가자 “저 사람들은 한국인들이다. 조국이 어려워 잠도 안자고 24시간 쉬지 않고 일한다.

 

조국의 부모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학비를 번다”며 한국의 IMF환란을 비꼬았다. 또 아르바이트로 택시를 모는 학생인들의 행동도 눈길을 끈다.

 

한국인 운전사가 트렁크를 열자 그 속에서 다른 학생이 이불을 걷어차면서 나와 임무교대를 한다. 한국인유학생들이 방도 얻지 않고 택시 트렁크에서 자면서 12시간씩 교대로 일하는 억척으로 묘사되는 것.

 

일각에서는 뤽베송감독이 전작인 ‘제5원소’의 국내수입사가 한마디 상의도 없이 8분을 삭제한 사실을 알고 이같은 불쾌감을 앞세워 부정적인 한국인을 그렸다는 후문도 있다.

 

물론 긍정적인 영화도 없지는 않다. 킬러영화 ‘자칼’(The Jackal·감독·마이클 케이튼 존스·1997)에서는 브루스 윌리스가 음식을 먹으며 “이거 한국 음식인데 먹어보겠나”라고 상대방에게 권하기도 한다.

 

‘레모’(Remo Williams-The Adventure Begins·감독 가이 해밀톤·1985)에서는 형사 레모의 스승이 총알도 피하는 한국인 무술대가로 묘사된다.

 

컴퓨터 해커영화의 원조격인 ‘스니커즈’(Sneakers·감독 필 앨든 로빈슨·1992)에서 부유한 사람들의 돈을 빼돌려 각종 자선단체에 기증하는 해커집단의 리더 마틴(로버트 레드포드 분)는 지금의 LG로 바뀐 금성사의 컴퓨터 모니터를 가리키면서 ‘Gold Star’ 상표를 눈에 띄게 부각시킨다.

 

착하고 소박한 경찰이 복권에 당첨되면서 벌어지는 기적같은 일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당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It Could Happen to You·감독  앤드류 버그만·1994)에서는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슈퍼마켓주인으로 한국인이 나온다.

 

그런가 하면 한국을 끌여들여 적극적인 애정공세에 나선 경우도 있다. 홍콩의 친한배우 성룡이 주연한 엑시덴탈 스파이(Accidental Spy·감독 진덕삼·2000)에서는 한국을 배경으로 삼고 한국배우 김민을 출연시킨다.

 

사실 헐리우드를 비롯한 서구영화에서 한국은 물론 중국·일본 등도 부정적이기는 마찬가지. 결국 일본처럼 헐리우드영화사를 사들이거나 세계로 진출한 한국인들의 활동상이 서구인들에게 각인되지 않는한 한국인과 한국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단시간에 지워버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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