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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물이 맑을 때와 물이 탁할 때



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
창랑지수청혜, 가이탁오영; 창랑지수탁혜, 가이탁오족.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나의 갓끈을 씻을 것이요,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나의 발을 씻을 것이다.

 

중국 고대 초(楚)나라의 애국 시인인 굴원(屈原)이 지었다고 전하는〈어부사(漁父辭)〉에 나오는 말이다. 굴원은 충신이었으나 모함을 받아 변방으로 추방되었다. 어느 날 물가를 거닐던 굴원은 어부를 만났다. 어부는 물었다.

 

"초나라의 귀족이자 충신이신 굴선생께서 어쩐 일이시오?" 굴원은 대답하였다. "세상이 아무리 혼탁하여도 나만은 맑게 살려고 하였고 세상이 다 취해 있을 때에도 나만은 깨어 있으려고 했더니만 이처럼 추방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어부는 "다들 진흙 속에서 살면 당신도 진흙 속을 뒹굴며 살고 세상이 다 취해 있으면 당신도 술찌끼라도 먹고서 취해 살 일이지 뭣 땜에 깨어 있다가 이 꼴을 당하였느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굴원은 "머리를 깨끗이 감은 사람은 모자를 털어 쓰고 몸을 깨끗이 씻은 사람은 옷을 털어 입는 법이라오. 어찌 깨끗한 몸으로 진흙 밭에서 뒹굴겠오"라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어부는 이 노래 "창랑의 물이 맑으면...... "을 부르며 굴원의 곁을 떠나갔다.〈漁父辭〉의 대강 줄거리다. 창랑의 물이 맑은 때란 치세를, 창랑의 물이 흐린 때란 난세를 의미한다.

 

그리고 갓끈을 씻는다는 것은 의관을 정제하고 정치와 사회에 적극 참여한다는 뜻이고 발을 씻는 다는 것은 은거를 의미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맑은 정신으로 살기가 쉽지 않다. 발을 씻어야 할 모양이다.

 

滄:큰 바다 창  浪:물결 랑  淸:맑을 청  兮:어조사 혜  濯:씻을 탁  吾:나 오  纓:갓끈 영  濁:흐릴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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