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했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습디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디다.
(미당 서정주의 ‘선운사 동구’)
고창군 아산면 일대에 솟아난 선운산은 호남의 내금강으로 불리는 명승지다.
봄철 동백으로 이름난 이 산에는 가을에도 잎이 진뒤에야 꽃이 피어나 꽃과 잎이 영원히 만나지 못하는 상사화가 군락을 형성, 활홀경을 연출한다.
상록활엽수의 북방한계선에 위치, 동·식물 분포학적으로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는 선운산에 올해부터 ‘생태숲 조성사업’이 실시된다.
고창군은 오는 2005년까지 4개년사업으로 52억원을 투입, 선운산 집단시설지구 일원 26ha에 동백숲과 수목을 조성하고 각종 편의시설을 갖춰 자연생태 학습과 관광휴양을 겸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에따라 전북대 생물다양성연구소 생태조사팀은 고창군의 요청으로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선운산 야생 동식물 서식처에 대한 학술조사연구를 수행했다.
선운산 지역을 8개 소구역으로 나눠 현지조사를 실시한 연구팀은 난온대 최북단에 위치한 이 지역이 동식물 생태계의 보고(寶庫)라는 사실을 확인, 보존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전북대 이원구교수와 김태흥·김재식교수, 성균관대 이규석교수, 충남대 김성덕교수등이 참여한 생태조사팀의 학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선운산의 동·식물상을 알아본다.
◇ 선운산의 식물
선운산 일대는 식물 분포학적으로 학계에서 특별히 관심을 갖는 지역이다.
해양성 기후의 영향으로 난온대 상록성 식물인 동백과 송악이 자생하고 있으며 내륙 극상림인 1백∼2백년생 갈참나무와 서어나무림이 분포하고 있다.
전북대 김재식 교수(조경학과)는 “우리나라 남부지방에 현존하는 극상림중 가장 잘 보존돼 있는 곳이 선운산이다”며 “남부지방의 거의 모든 산림은 6·25때 심하게 훼손됐으나 선운산은 예외”라고 말했다.
특히 이 지역의 명물인 동백나무와 송악은 자연서식처로 국내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으며 줄사철과 큰천남성등 난대성 식물도 모습을 드러내 지구 온난화현상으로 인한 식물상의 북상도 예측할 수 있게 한다.
또 지피식물인 상사화가 자생하고 있으며 참당암 부근 저습지에는 내륙의 산에서 보기 힘든 산마늘이 눈에 띄고 노랑붓꽃도 군락을 이루고 있다.
◇ 선운산의 동물
선운산은 전반적으로 동물상이 풍부, 자연 학습장이나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한 지역으로 평가됐다.
포유류는 최근 그 개체수가 늘고 있는 멧돼지와 노루·고라니·멧토끼등이 참당암주변과 서쪽 능선에 많고 동백숲과 도솔제에서는 다람쥐·족제비가 자주 목격된다.
조류는 직박구리가 가장 많으며 참당암 주변에서 까치와 어치를 동시에 볼 수 있고 밀화부리와 일명 간첩새로 불리는 호랑지빠귀도 둥지를 틀고 있다.
전북대 이원구교수는 “울음소리가 황홀한 밀화부리를 비롯,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서식하고 있다”면서 “소리가 비슷한 멧비둘기와 뻐꾸기·벙어리뻐꾸기·검은등뻐꾸기의 울음소리를 봄부터 여름까지 언제나 들을 수 있는 점도 특색”이라고 말했다.
또 도솔제주변과 풍천에는 쇠오리와 흰뺨검둥오리·왜가리·백로·논병아리등이 날아온다.
파충류로는 맹독성인 살모사와 까치살모사가 채집돼 등산객들의 주의가 요망되며 도마뱀이 자주 발견된다.
◇ 육서 및 수서곤충
조사팀이 포충망과 수은등·유인덫 등을 이용, 10여차례에 걸쳐 주·야간 채집을 실시한 결과 총 18목 55과 1백32속 2백15종의 곤충이 확인됐다.
일반적인 곤충상은 활엽수림에서 출현하는 굴뚝나비와 명주잠자리·넓적사슴벌레·사향제비나비를 비롯하여 환경교란이 발생한 지역에서 출현하는 초식성 개척자 등검은메뚜기와 섬서구메뚜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났다.
수서곤충으로는 얼룩무늬하루살이와 왕소금쟁이·진강도래·장구애비·검은물잠자리·늦반딧불이·물방개 등이 채집됐다.
한편 생태조사를 마친 연구팀은 최근 서해안 고속도로 개통으로 접근성이 좋아져 자연림 훼손 우려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생태계보존대책을 강조했다.
특히 △공원조성지역의 훼손과 △등산로에 미치는 과부담 △하천일부에 설치돼 있는 수중 보(洑) △최근 조성되고 있는 차밭등은 생태계 보호차원에서 세심한 관리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선운산의 천연기념물
선운산의 천연기념물은 1967년에 지정된 동백나무숲(제184호)을 비롯, 장사송(제354호)·송악(제367호)이 있다.
동백나무숲은 선운사 입구 비탈에서부터 사찰 뒤쪽까지 30m너비로 연속, 약 5천여평에 3천여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겨울에 꽃을 피운다하여 붙은 이름이 동백(冬柏)이지만 이곳 동백꽃은 꽃샘바람이 잦아지는 4월에 절정을 이뤄 춘백(春柏)이라고도 불린다.
동백나무 자생지의 북방한계선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4월이 되어야 꽃망울을 터뜨리게 되며 주변에 다른 나무가 자라지 않아 순림에 가깝다.
제주도와 여수 오동도의 동백도 유명하지만 선운산 동백숲의 장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게 일반적인 평이다.
선운사 도솔암으로 향하는 길옆에 서있는 장사송(長沙松)은 수령이 약 6백년으로 추정되는 노거수(老巨樹)다. 높
이 28m, 줄기둘레 3m에 이르는 이 소나무는 지상 1.5m되는 높이에서 8개의 가지가 펼쳐져 있다. 이 고목이 장사송으로 불려지는 것은 이곳의 옛지명 장사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선운사 입구 냇물 건너편 암벽에 자생하고 있는 송악은 두릅나무과에 속하는 상록성 덩굴식물. 줄기둘레 80cm, 높이 15m에 이르는 거목이어서 내륙에 자생하고 있는 송악중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송악은 따뜻한 지역에서만 자라는 식물로 우리나라에서는 남해와 서해연안 섬이나 해안지역 숲에서 자라고 내륙에서는 선운산이 북방한계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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