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연극계가 여느 해보다 먼저 기지개를 켰다. 상당수의 극단들이 이달부터 공연릴레이에 나서면서 오는 5월 개최되는 전북연극제를 위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도내 극단들이 서둘러 발걸음을 내딛은 것은 오는 10월 전주에서 열리는 제20회 전국연극제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역 연극문화계에 활기를 불어넣고 연극제의 열기를 미리부터 달구기 위한 전초작업인 셈이다.
올해의 첫 무대는 창작극회(대표 류경호)가 올린다. 창작극회의 제102회 정기공연인 ‘그 여자의 소설’(극본 엄인희·연출 류경호)이 오는 16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창작소극장에서 펼쳐진다.
창작극회가 지난 97년 무대에 올려 이미 작품성과 대중성을 확인한 이 작품은 지방에서는 드물게 앵콜공연까지 가졌을 만큼 한국적 페미니즘의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제시대의 씨받이를 소재로 삼은 ‘그 여자의 소설’은 전춘근, 오진욱, 정경선 등 당시의 주역들외에도 고조영, 김정숙 등 조연들이 무대에 올라 감칠맛나는 연기력을 자랑한다.
전주시립극단(상임연출 고금석)은 다음달 21일부터 23일까지 3일동안 시대극 ‘이’를 공연한다.
태웅씨가 극본을 쓰고 시립극단 상임단원 안세형씨가 연출을 맡은 이 작품은 연산군과 궁중광대와의 갈등과 동성애적 사랑을 다루고 있다.
‘이’는 임금이 신하를 높여부르는 말. 시립극단은 이 작품이 시대극인 만큼 가급적이면 창작음악으로 무대를 채우고 즉흥국악연주를 곁들여 극의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다. 창작극회와 시립극단은 이미 지난달부터 강도높은 연습에 매달리고 있다.
극단 명태(대표 최경성)는 올상반기 가장 많은 활동이 기대된다. 다음달부터 한달간격으로 세개의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달 닐사이먼의 ‘나를 안아줘’를 각색한 소극장작품으로 관객들과 첫만남을 갖는다.
장애우가족들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신예작가 최정씨와 손잡고 지난해부터 꾸준하게 공력을 쏟고 있다.극단 명태는 또 오는 4월에는 부안출신 여류명창인 이매창을 소재로 삼은 가무극 ‘이화우 흩날릴 제’를 공연하고, 5월에는 바리공주설화를 앞세운 ‘숨길 수 없는 노래’를 전북연극제에 출품한다.
지난해부터 ‘신의 아그네스’를 들고 전국순회공연에 나선 익산의 극단 토지(대표 최솔)는 최근 수원과 서울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다음달부터는 대구와 구미, 부산 등에서 공연을 갖고 전국순회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또 오는 4월께 정기공연을 계획하고 있는 군산의 사람세상(대표 박능규)은 참신하고 색다른 무대를 꾸미기 위해 옥석을 고르고 있다.
남원연극협회(회장 정진석)은 오는 9월께 매월당 김시습이 쓴 ‘만복사저포기’를 무대화할 계획. 한국 최초의 한문소설집인 ‘금오신화’에 수록된 만복사저포기는 남원의 떠돌이 노총각과 귀신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이와함께 각 극단마다 전북연극제 출품을 염두에 두고 새해벽두부터 움직임이 부산하다. 지금까지 전북연극제에 나설 뜻을 비친 극단은 5∼6곳으로 ‘올해 전국연극제의 전북대표극단’이라는 영예를 거머쥐기 위해 당분간 밤잠을 잊겠다는 각오다.
극단 하늘(대표 조승철)은 오는 5월 열리는 전북연극제에 획기적인 창작품을 선보일 계획. 전주한지를 소재로 장인들의 고단한 삶을 앞세워 지역의 독특한 문화를 무대에 올린다. 조승철대표는 “아직 대본작업이 끝나지 않았지만 예감이 좋다”면서 “전주만의 문화적 자부심을 표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익산의 작은 소동(대표 이도헌)은 오는 4월13일부터 14일까지 이틀동안 익산솜리문화예술회관에서 ‘배꼽’(극본 김윤미·연출 오지명)을 공연한다. 배꼽이 상징하는 여자들의 숙명적인 운명을 다룬 페미니즘연극.
극단 황토(대표 박병도)와 남원의 둥지(대표 김구임)도 경연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하기 위해 작품선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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