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책을 읽느냐는 것은 각자의 직업, 취미, 생활환경 등에 따라서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이야기 할 수 없다.
물론 기본교양 도서 목록 등은 특히 교육기관 등에서 준비해 놓고 있지만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약간 익살스러운 속담에 “ 활자화된 것을 송두리째 믿으면 바보가 되고 전적으로 믿지 않으면 더 큰 바보가 된다”는 말이 있다.
책을 어디서 읽느냐는 문제 역시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매우 흥미로운 설문 조사 결과가 있다. 1995년 2월호 미국 독서클럽 뉴스레터에는 미국인들의 책 읽는 장소를 선호도 순으로 열번 째까지 순서를 다음과 같이 매겼다.
즉 첫 째, 침대에서, 둘 째, 화장실에서, 셋 째, 응접실에서, 넷 째, 식당에서, 다섯 째, 기차 안에서, 여섯 째, 비행기 안에서, 일곱 째, 해변에서, 여덟 째, 자동차 안에서, 아홉 째, 공원에서, 그리고 끝으로 지붕위에서 였다고 한다.
요즘 큰 서점에는 서가의 책을 꺼내서 오랫동안 읽어대는 고객들이 자주 눈에 띈다. 서점측으로서는 결코 반가운 일이 못된다. 그 책을 사가면 좋지만 다 읽어 버리면 살 필요도 없게 된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읽는다는 경우는 공중 화장실에서라는 뜻은 아닐게다.
책을 얼마나 읽느냐는 문제는 읽는 사람의 독서속도하고 직접 관계 된다. “한 권을 1분내”에 읽는 법이라는 책이 있다. 1986년에 일본속독협회(日本速讀協會)가 펴낸 책인데 그 나름대로 설득력있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이 협회는 전국적인 조직이 있으며 책 빨리 읽기 검정시험까지 하고 있는데 응시자의 수도 늘어나는 편이라고 한다.
“한 권을 1분내”에 못지 않게 겁을 주는 것으로서 “ 1년에 6백권의 책을 읽는 법”을 1997년에 이게가미 다기우기 ( 井家上 隆幸 ) 라는 컬럼리스트가 펴냈다. 이 것도 내용을 자세히 보면 상당히 정연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정보는 정보를 낳기 때문에 수 많은 정보 중에 본인이 필요한 정보를 찾는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 것이 가치 있는 정보인지 구분을 할 수 있는 능력이나 지혜가 필요하다.
여기서 능력이란 별다른 것이 아니라 빨리 많이 읽을 줄만 알아도 훌륭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고기 잡을 줄 모르면 무조건 막고 품으라는 속담도 있지 않는가 ?
읽는 속도와는 관계 없이 책을 가장 많이 읽어야 하는 곳은 어느 나라에서나 대학사회일 것이다. 그런데 어찌된 셈인지 우리 대학사회에서는 책을 많이 안 읽어도 무사히 넘어간다. 매우 걱정스러운 현상이다. 국제화시대니 하며 제법 국가경쟁력을 운운하는 우리가 실제면에서는 우물 안의 개구리인 것이다.
게다가 외국어라는 십자가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 젊은이들을 보면 그저 안스러울 뿐이다. 외국어가 무엇이길래, 영어가 무엇이길래 말이다.
끝으로 책에 파묻친 어느 시인과 그 아내의 애절한 대화 한마디. 죤 드라이덴 ( John Dryden: 1631-1700 )은 매일 밤 늦게까지 서재에서 책을 읽거나 원고를 쓰느라 아내에대한 관심은 안중에 없었다. 그 부인은 허구한 날 차나 끓여대는 하녀의 신세라고 한숨만 쉬다가 어느날 남편에게 “ 나도 책이나 되었으면 당신의 관심을 끌텐데 “ 하고 말하자 남편은 이렿게 말했다. “ 책이 되겠으면 연감이 되시오. 그러면 나는 매년 당신을 바꾸겠소다.”
/ 박춘호 (부경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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