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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뉘라서 가족의 반대를 쉽게..



뉘라서 가족의 반대를 쉽게 떨칠 수 있겠는가?

 

一家非之, 力行而不惑者, 寡矣.
일가비지, 역행이불혹자, 과의.

 

온 가족이 다 아니라고 함에도 힘써 뜻한 바를 행함으로써 반대 의견에 미혹되지 않는 사람은 적다.

 

한유(韓愈)의 백이송(伯夷頌)에 나오는 말이다.

 

한유는 백이(伯夷)를 다음과 같이 칭송하였다. "온 집안 식구가 다 반대를 하는데도 그 반대에 미혹되지 않고 자신이 뜻하는 바를 힘써 실천하는 사람은 매우 적다. 한 집안이 아니라, 온 나라 사람이 다 아니라고 함에도 불구하고 힘써 그 일을 하며 미혹되지 않을 사람은 아마 천하에 한 사람 정도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온 천하의 사람들이 다 들고 일어서서 아니라고 함에도 소신을 굽히지 않고 뜻한 바를 힘써 실행하며 미혹되지 않는 사람은 아마 천 백년에 한 사람 정도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백이는 천지가 다하고 만세의 세월이 흐른다고 하여도 옳은 것을 옳다고 주장하며 소신을 굽히지 않을 사람이다."

 

주지하다시피 백이는 숙제(叔弟)와 함께 '비록 은나라의 주(紂)왕이 폭군이라고 하더라도 신하 나라인 주(周)나라가 은의 주왕을 치는 것은 의리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대의 의견을 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자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를 캐먹으며 살다가 주려 죽은 사람이다.

 

큰 의리는 저버리고 가족의 안일을 도모하는 남편을 오히려 '가정적인 자상한 남자'로 칭송하고 '대세' 앞에서 '원론'과 '정의'가 너무나도 힘없이 무너져 내리는 오늘날의 현실을 볼 때 백이와 숙제, 안중근 의사나 이봉창 의사가 그리운 건 나만의 생각일까?

 

非:아닐 비  惑:유혹할 혹  寡:적을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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