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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가깝고도 먼 나라 '중국'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보면, 정조4년(1780년) 청나라 사신으로 6월 24일 한양을 떠나 8월 1일 북경에 도착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어림잡아 40여일이나 걸린 셈이다. 

북쪽에 전란이 발생하거나 불안한 일이 생기면, 불가피 범선을 이용, 며칠을 항해한 후 중국땅에 도착하여 육로여행을 계속해야만 했으니, 오늘날 1시간반이면 도착하는 항공편을 이용하고 있는 우리의 형편에서 보면, 상상못할 정도로 두 나라 간의 거리가 가까워졌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듯 시간과 공간 개념에서는 지척에 다가 온 중국이건만, 아직도 선뜻 가까운 나라라는 인식이 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교한지가 10년 밖에 안된 데다가, 과거 오랫동안 벌어져 온 이념적 간격과 갈등, 언어장벽 등이 실제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나라이면서도 멀게 느껴지는 이유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1인당 국민소득(GDP)이 900달러도 안되는 후진국이라고 중국을 과소평가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21세기 벽두에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중국은 우리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세계 경제대국으로 힘차게 부상하고 있다.  앞으로 현재와 같은 7%의 성장속도로 20년간 경제를 키워나갈 경우, 미국과 EU를 제치고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예견되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에서 중국을 들여다 보더라도, 13억 인구 중 우리나라 국민소득 수준보다 높은 인구가 거의 남한의 인구에 육박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전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화교가 가지고 있는 자본이 2조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그 뿐인가?  전세계 TV생산의 36%, 에어컨생산의 50%, 세탁기생산의 25%를 차지하여 일본을 따돌려 세계 1위에 올라서 이미 무역규모 면에서 세계 제7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와의 관계에서 보면, 200억달러에 가까운 수출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 수출상대국으로 뛰어 올랐고, 해외투자도 미국 다음으로 100억달러에 육박하고 있음을 상기할 때, 앞으로 가까운 미래에 중국과의 인적·물적·기술적 교류와 협력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 확실시됨으로써 미국이나 일본보다 우리나라에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나라로 다가올 것임에 틀림이 없다.

더욱이 서해안의 중심에서 중국을 마주 대하고 있는 우리고장 전북으로서는 양국 간에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상호상승적인 성장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호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노동집약적이면서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의 중국으로의 이전과 같은 소극적인 방법보다는 적극적인 수출증대와 함께 중국의 무한한 관광수요를 끌어들이고, 경제·교육 그리고 문화교류를 확대시키는 다각적인 협력방안이 차원높게 모색되어야 한다. 

군산항에서 주1회씩 운항하고 있는 자옥란호를 타고 황해를 가로질러 산동반도의 연대시까지 항해하노라면, 옛 어른들이 『고요한 밤시간에는 산동에서 개짖는 소리까지 들린다』고 하시던 얘기가 생각난다. 

이렇게 가까운 경제대국과 서로 협력해서 두 나라 모두 경제 선진국으로 발돋음할 수 있다면, 그리고 중국과 힘을 합하여 북한과의 교류협력을 통한 평화무드가 조성될 수 있다면, 어느 지역 어느 나라에 국한된 경사가 아니라 세계 전체의 평화와 복지에 공헌하는 일이 아닐까?

이런 관점에서 나는 먼저 중국어를 가르치는 특수외국어학교가 우리 전북에 설립되고 화교촌(china town)도 다시 대규모로 세워져 중국인들과 오손도손 사이좋게 협력하며 생활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하고 있다.

 

 

/ 강현욱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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