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삶과 시화(詩禍-시로 인한 재앙)
北客若來問休事, 西湖雖好莫作詩.
북객약래문휴사, 서호수호막작시.
북쪽에서 온 손님이 한가한 양 이일저일 묻거들랑, 서호(西湖)의 풍경이 비록 아름답더라도 제발 시는 짓지 마시게.
송 나라 때에 묵죽(墨竹)을 잘 그리기로 유명했던 문인화가인 文同이라는 사람이 항주로 귀양가는 소동파(蘇東坡)에게 지어준 전별시의 한 구절이다. 주지하다시피 소동파는 송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의 시인이자 문장가요 서예가이자 화가였던 빼어난 인물이다.
그리고 그는 성품이 강직하기로도 소문이 난 사람이다. 이처럼 강직한 성품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그는 당시의 권력자였던 반대 당(黨)의 왕안석과 늘 마찰을 일으켜 거의 한 평생을 귀양살이로 보냈다.
특히 그는 간신의 비행을 시로 지어 폭로하고 잘못된 정치를 풍자하기로 유명했는데 그가 귀양을 가게 된 것도 시를 지어 정치를 비판한 소위 '오대시안(烏臺詩案)'이라는 사건 때문이었다. 이른바 '시화(詩禍)'로 인하여 귀양을 가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절친한 친구인 문동은 귀양가는 소동파에게 "자네는 시만 안 지으면 탈이 없는 사람이니 혹시 북쪽의 조정에서 파견한 사람이 자네를 찾아가거든 서호의 풍경이 아무리 아름답더라도 제발 시는 짓지 말라"고 우정어린 당부를 한 것이다.
한 때 우리 사회에도 시로서 독재와 부정에 항거하다가 시화를 당한 사람이 더러 있었다. 〈오적시〉를 쓴 김지하 시인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통 그런 시가 보이지를 않는다. 세상이 좋아진 것일까, 시인이 다 죽은 것일까?
客:손님 객 若:만일 약 休:쉴 휴, 한가할 휴 湖:호수 호 雖:비록 수 莫:말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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