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11 17:36 (수)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화일반
일반기사

[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술이 과연 수심을 달래줄 수 있을까?

술이 과연 수심을 달래줄 수 있을까?

 

抽刀斷水水更流, 擧杯消愁愁更深.

 

추도단수수갱류, 거배소수수갱심.

 

칼을 뽑아 물을 잘라도 물은 다시 흐르고, 술잔을 들어 근심을 달래려 해도 근심은 더욱 깊어지네.

 

이백의 시 〈선주사조루전벽교서숙운(宣州謝 樓餞別校書叔雲)〉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흐르는 물은 아무리 잘라봐도 잘라지지 않고 다시 흐른다. 그래서 세상에는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마음에 아픔이나 근심이 있을 때 그 아픔과 근심을 달래려고 술을 마신다. 그래서 어떤 시인은 술을 일러 '망우물(忘憂物:근심을 잊게 하는 물건)'이라고 하였다.

 

술을 과연 근심을 잊는데 도움이 될까? 일시적으로는 큰 도움이 되는 듯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술을 마셨을 때는 술기운에 다소 수심을 잊은 듯이 보이지만 술이 깨고 나면 쓰린 속과 함께 수심은 두 배가되어 가슴에 더 무겁게 내려앉는다.

 

근심을 푸는 것은 결국 마음에 달려 있다.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면 수심은 저절로 사라지지만 마음은 비우지 않고 술의 힘만 빌어 정신을 마비시킴으로서 근심을 잊으려 한다면 그 근심은 절대 물러나지 않는다. 스트레스도 마찬가지이다.

 

마음을 비움으로써 처음부터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한번 쌓인 스트레스는 푼다고 해서 그리 쉽게 풀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은 마음이다.

 

근심을 푼다는 핑계로 담배연기 자욱한 술집에 앉아 있지 말고 어서 아내 곁으로 돌아가라. 당신이 마음을 비우면 아내는 가장 훌륭한 '망우지우(忘憂之友:근심을 잊게 해주는 친구)'가 되어 수심으로부터 당신을 해방시켜 줄 것이다.

 

抽:뽑을 추  斷:자를 단  更:다시 갱  流:흐를 류  擧:들 거  杯:잔 배  消: 식힐 소  愁:근심 수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email protected]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