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가지의 통쾌한 기쁨
大旱逢甘雨, 他鄕見故人. 洞房華燭夜, 金榜掛長名.
대한봉감우, 타향견고인. 동방화촉야, 금방괘장명.
큰 가뭄 끝에 단비를 만났을 때, 타향에서 오랜 친구를 만났을 때, 신방에 촛불이 타는 밤, 과거에 급제하여 방(榜:게시판)에 영예로운 이름이 나붙었을 때.
고려 시대의 문인인 백운거사(白雲居士) 이규보(李奎報) 선생이 지었다고 전하는 〈4쾌(四快)〉시의 전문(全文)이다.
오랜 가뭄 끝에 단비가 내리면 그것보다 반가운 게 어디 있으랴. 농사를 주업으로 하던 옛날에는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싸늘한 타향에서 오래된 친구를 만났을 때 그 기쁨 또한 말로 형언 할 수 없을 것이다.
요즈음이사 정보통신의 발달로 인하여 고향이 그리워 우는 사람도 없을 텐데 고향 친구가 그리 반가울 게 뭐 있느냐고 할 지 모르나 아직도 우리에겐 1.000만 이산 가족이 있고 두고 온 산하, 갈 수 없는 산하가 있다.
고향 친구 만나는 것이 어찌 큰 기쁨이 아니랴. '종신대사(終身大事)'라고 불리는 결혼과 첫날 밤, 이는 분명 일생을 두고 비할 바 없는 큰 기쁨임에 틀림없다. 과거에 급제하여 금방(金榜)에 이름이 나붙는 것, 이 또한 비할 바 없는 기쁨이다. 오늘 날로 치자면 일류대 합격이나 국가고시 합격이 바로 그런 기쁨이 아닐까.
이 네 가지 일은 말만 들어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기쁨임에 틀림이 없다. 바야흐로 산천초목에 봄물이 오르고 있다. 참 좋은 계절이다. 올해는 가뭄도 없고 헤어짐도 없고 결혼하는 신혼부부들 모두모두 행복하고 수험생에게는 합격의 영광이 직장인에게는 승진의 기쁨이 있기를 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남북이 만나기를 간절히 빈다.
旱:가물 한 逢:만날 봉 甘:달 감 洞:굴 동 房:방 방 華:빛날 화 燭:촛불 촉 榜:방 써 붙일 방 掛:걸 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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