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삶에 대한 평가라기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펼쳐보이는데 중심을 둡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지는 문화를 정착하기 위한 시도랄 수 있지요.”
그는 인물의 삶을 너무 깊지도 너무 얇지도 않은 적절한 수위에서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올해 나이 서른인 김환표씨. 늘 일의 뒷선에 있는 그의 이름은 많은 사람들에게 낯설다. 그러나 ‘권력과 리더쉽’, ‘시사인물사전’을 함께 말하면 그 책 여러 페이지에 올려졌던 그 이름을 기억하는 독자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불과 5년, 30여권의 저널룩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놓은 장본인. 얼굴은 낯설지만 그는 상당한 매니아층을 가진 글지다.
언뜻 그의 글이 기상천외한 발상에서 출발하는 것은 아닌가하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의 글쓰기는 오히려 자신이 탐구하는 인물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철저한 고증과 연구에서 시작된다.
그가 수집하고 분류하는 자료의 양은 방대하다. 중앙일간지와 전북지역 일간지, 시사주간지, 월간지, 계간지 등 정기간행물과 관련서적들. 쌓아놓은 분량만으로도 기가 질릴 정도다. 그의 이러한 작업형식은 철저하게 스승인 강준만 교수(전북대 신방과)로부터 배우고 익힌 것이다.
“지난달 국회의원들의 친일명단발표 논란도 기록이 남아있었다면 필요조차 없었을 일”이라고 말하는 그는 “사회에 영향력 있는 이들의 삶에 대한 객관적인 기록과 공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공인에 대한 기록이 미약하고 평가도 취약한 한국사회에서 시대의 기록과 평가의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작업’은 그가 취하고 있는 글쓰기의 지향점이다.
그의 첫 글쓰기는 98년 겨울 ‘권력과 리더쉽2’(인물과 사상사). 영국 女수상 ‘마거릿 대처’와 아랍민족의 통일과 해방의 선구자인 ‘무하마르 엘 가다피’로 시작됐다.
정읍 출신인 그는 고등학교(백산고)를 졸업하고 전북대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할 때까지 글쓰는 직업보다는 운동선수를 꿈꾸었다. 대학을 졸업하던 해, 잠시 시민운동에 몸담기도 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스승 곁으로 돌아왔다.
그는 컨텐츠디렉터이다. 책작업만으로 말하자면 서문을 쓰는 사람이랄 수 있다. 그의 일은 시리즈를 기획하고 인물을 선정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기고가들이 모아지면 그들이 직접 텍스트에 접근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결과물에 대해 함께 논하는 것까지가 그의 몫이다. 이 작업에 참여하고 있거나 참여했던 자유기고가들은 이휘현(30), 최을영씨(27)를 비롯해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와 영문과 출신 십여명에 이른다. 대부분이 20-30대의 패기만만한 젊은이들이다.
그가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작업은 현재 17권까지 나온 ‘시사인물사전’ 시리즈. 7권까지는 국내외 인물을 대상으로 개인의 생각보다는 객관적인 기준으로 정리한 논지를 담았고, 8권부터는 주제와 인물을 선정, 글쓴이의 관점을 담아 보다 깊이 있는 분석과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한 평가라기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펼쳐 보이는 데 중심을 둡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지는 문화를 정착하기 위한 시도랄 수 있지요.”
그는 인물의 삶을 너무 깊지도 너무 얇지도 않은 적절한 수위에서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역사속에서 바르게 저항하는 모두가 나의 스승입니다. 때문에 글의 시각은 될 수 있으면 사회적 소수파의 입장에서 쓰려고 합니다. 소수파의 주장이라도 정당하다면 그냥 스쳐지나갈 수는 없으니까요.”
소외된 이들의 삶을 대변하는 인물을 존경하는 그는 쿠르드족 자유의 투사인 ‘압둘라 오잘란’이나 흑인 민권운동가 ‘무미아 아부-자말’, 동티모르 저항협의회 의장‘사나나 구스마오’등을 주목해왔다. 원고지 몇 장 채우지 못하고 심한 좌절감이 몰려오면 그들의 삶을 떠올리며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한다.
각국의 인물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풍부한 역사와 현실을 배운다는 그는 특히 팔레스타인이나 이스라엘 등 중동지역에 관심이 많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 의장 ‘야세르 아라파트’, 이란의 개혁파 대통령 ‘모하마드 하타미’,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왕‘파드’ 등 중동지역 정치인들이 대다수. 요즘은 ‘사담 후세인’에 관한 단행본을 준비중이다.
“서구의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인 자료에 의해 스스로의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균형감각을 제시하고 싶다.”는 그의 글은 좌우를 떠나, 비판적 지식인의 색채를 띤다. 그래서 그의 글은 자유롭다.
그는 결국 비판적 글쓰기 노동자로 남을 것 같다. 물론 더 두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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