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부리말 아이들’의 작가 김중미씨가 2년만에 동화책을 들고 나왔다. ‘종이밥’.(낮은산)
가난한 동네를 터전으로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과 잔잔한 목소리로 그려내는 그의 작업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그림동화로 장르만 옮겼을 뿐이다.
초등학생에게 읽히기엔 너무 어두운 내용이라고 생각할 부모들이 있을 법하지만 최근 출간 붐을 이루고 있는 중저학년용 창작동화들 속에서 이 책이 돋보이는 것은 바로 그 ‘진정성’때문이다.
고달픈 현실을 바탕으로 그려지는 가족간의 아름다운 사랑이 밝고 희망찬 생활동화들과는 다른 감동과 여운을 남겨주는 셈이다.
사고로 부모를 잃은 남매, 철이와 송이는 시장행상 할아버지와 병원청소부인 할머니와 함께 산다. 곧 초등학생이 되는 송이는 심심하거나 배고 고플 때면 종이를 뜯어 먹는다. 종이를 씹다보면 밥풀냄새가 나기 때문이란다.
할아버지가 몸져 누우면서 살림이 어려워진 할머니는 송이를 절에 맡기려 한다. 철이는 자신도 절에 가는 것이 할머니를 돕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철이의 말은 할머니의 가슴을 더 아프게 할 뿐이다. 결국 송이는 할머니와 함께 절에 갔다 다시 돌아온다.
해피엔딩으로 이야기는 끝나지만 철이와 송이의 가슴시린 이야기에는 삶에 대한 희망을 잃지 말자는 작가의 뜻이 담겨 있다. 군더더기 감정표현이나 묘사가 없는 작가의 깔끔한 글은 책읽는 감동을 더욱 크게 만든다.
그림도 눈여겨볼 만하다. 갈색 모노톤의 담채화는 그늘진 달동네의 분위기를 잘 전달하면서도 어린 독자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보듬어준다. ‘마당을 나온 암탉’‘나비를 잡은 아버지’등에 그림을 그렸던 김환영씨의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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