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소장 필름을 만지작 거리며 애니메이션의 원리를 스스로 터득한 다섯살 꼬마. 그가 훗날 벨기에 예술애니메이션의 거장으로 우뚝 선 라울 세르베(Raoul Servais·73)다.
그는 ‘하르피아(Harpya)’‘사이렌(Sirene)’등 걸작들을 통해 현대 문명의 어두운 일면과 부패한 권력, 관료주의에서 야기되는 부조리를 특유의 암울한 이미지들로 형상화해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피력했다.
하지만 그가 궁극적으로 지향한 것은 어둡고 부조리한 세계관의 파괴와 그 극복을 통해 유토피아에 도달하려는 것이었다.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이지만 세계적인 예술애니메이터로 명망높은 라울 세르베의 작품과 예술세계가 전주국제영화제를 수놓는다. 애니메이션 비엔날에에 마련되는 ‘라울 세르베 회고전’. 처녀작인 ‘항구의 불빛’ 이후 65년 발표한 ‘코로모포비아’를 비롯해 최근작인 ‘아트락션’까지 모두 10편이 상영된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단편 ‘하르피아’. 라울 세르베의 표현 기법과 실험정신의 완숙함, 상징주의 색채 그리고 주제의식이 강렬하게 녹아든 이 작품은 78년 발표되었다. 실사를 먼저 촬영한 뒤 이를 애니메이션 배경과 합성하거나 현상된 필름 위에 일일이 덧칠하는 방식을 제작된 이 작품은 ‘세르베 그라피’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냈다.
세르베그라피가 완벽하게 실현된 라울 세르베의 첫 장편영화 ‘탁산드리아’도 주목할 만하다.
라울 세르베는 단순히 작품 창작활동 외에도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을 활성화, 단편 애니메이션의 보급과 제작 여건 개선에도 열정을 쏟았으며 애니메이션 전문교육기관과 재단을 설립하는 등 인재양성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고희를 넘긴 나이를 무색케하는 실험정신과 창작열정으로 최근 새로운 작업에 들어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라울 세르베를 전주에서 직접 만나지 못한다는 아쉬움은 크지만, 그의 작품세계는 영화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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