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이달초 자동차의 본고장 미국에 둥지를 틀기로 했다.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에 1백96만평의 부지를 확보, 3년간 총 10억달러(약 1조3천억원)를 투자키로 한 것이다. 현대차는 이곳에서 2005년까지 EF쏘나타 후속모델인 NF(프로젝트명) 등을 연간 30만대 생산할 예정이다.
이번에 미국에 공장을 설립키로 한 것은 현대차의 글로벌 경영계획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 세계 주요 메이커의 해외생산 비중이 30% 정도인데 현대차는 1%로 낮은 수준이다. 그로 인해 미국 등의 통상압력에 직면해 있다.
이를 극복키 위해 현대차는 올 하반기에 유럽 현지공장 설립계획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중국 베이징자동차와 베이징-현대자동차(北京現代汽車有限公司)를 합자설립, 2억5천만달러를 투자해 10만대 규모의 공장을 베이징에 세웠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연간 2백63만대(2000년 기준)를 생산해 생산실적 9위에 올라 있다. 2010년에는 5백만대의 생산체제를 갖춰 세계 5대 메이커로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애널리스트들은 미국 현지공장의 성공여부를 아직 반반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미국 지방자치단체들이 보여준 ‘기업유치’노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대차 유치에는 미국내 50여 시가 나서 경쟁을 벌였다. 그 결과 앨라배마주가 최종 선정된 것이다.
미국 동남부에 위치한 이 주는 면적이 남한의 1.5배에 해당하지만 인구는 4백50만명에 불과한 낙후된 곳. 미국 50개 주중 개인소득 43위로 우리나라로 치면 전북과 같은 형편이라고나 할까. 나에겐 꿈이 있다(I have a dream!) 란 연설로 유명한 마틴 루터킹 목사의 초임지답게 지금도 흑인이 주민의 25%를 차지한다.
앨라배마주는 현대측에 인프라 구축이나 세제혜택, 자금지원, 종업원 선정및 교육 등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했다. 또 현대측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는 다임러 크라이슬러 공장이 있어 협력이 쉬운 점을 감안했다. 나아가 이 지역에 자동차노조가 없는 점도 한몫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10월 현대차 사장 일행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당시 10여 개 주정부의 지사, 연방상원의원, 시장들이 만사를 제치고 워싱턴으로 날아와 ‘무엇을 도와주면 공장이 우리 주로 오겠느냐’며 매달리더라는 것. 현대차 관계자들은 소속 당 여부를 떠나 올코트 프레싱을 펼치는 것을 보고 “외자유치는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고 놀랐다고 한다.
그 가운데 앨라배마, 테네시, 조지아주는 공장부지 무상제공과 고속도로부터 공장까지 진입로 건설, 법인·취득세 감면 등을 기본조건으로 내놓았다.
여기에 앨라배마주는 한술 더 떠 공장에 취업할 조·반장급 이상 근로자들이 한국 현대차 공장에 와서 교육받는 동안 들어갈 항공료, 체재비, 훈련비용 전액을 부담하겠다고 제안했다. 주정부는 민간과 함께 2억5천만달러를 지원키로 했고 주의회도 직업훈련비 공채발행 승인안을 가결시켰다.
부품업체까지 모두 1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모두가 발벗고 나선 것이다.
이에 앞서 앨라배마주는 93년 독일 벤츠사와 일본 혼다사를 유치했다. 벤츠사 유치시 주정부는 주재원이 살 집과 자녀가 다닐 학교를 챙겼다. 심지어 독일말을 하는 사람을 붙여 살림장만과 하수도 고치는 일까지 거들어 주었다고 한다. 오는 기업마저 내쫒는 도내 자치단체와 너무 대조적일 뿐이다.
/ 조상진 (본보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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