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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영어가 무엇이길래

우리는 불행히도 4천만이 태어날 때부터 외국어라는 십자가를 메고 있다.  이왕 머슴살이 팔자라면 큰 집 머슴살이를 하라는 속담이 있다.  아세아·아프리카의 많은 후진국들이 제2차 대전 후 독립을 쟁취했는데, 그네들은 유럽 열강 그 중에서도 특히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지 노릇을 했다.

그래서 영어와 불어를 제대로 배울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36년간(정확히는 35년) 일본의 식민치하에서 배워둔 일본어는 아직 영어나 불어 정도의 국제성이 없다.  한편 우리에게는 일본어의 중요성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오늘날 영어는 국제어로서 확고한 위치에 있다.  UN이 공용서로 쓰고 있는 아랍어, 중국어, 영어, 불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등 6개 국어 중에서 단연코 우월한 위치에 있다.  전세계 인터넷 교신의 80%가 영어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 역시 이 점을 뒷받침해 준다.

그런데 어찌된 셈인지 1945년의 해방 후 3년간의 미국 군정 후로도 우리는 미국과의 특수한 관계 때문에 그리고 제2차 대전 후 국제사회에 있어서 미국과 영국의 압도적인 영향력 때문에 영어는 우리에게 국제교류에 있어서 단연코 우월한 제1외국어의 위치에 있었다.  그런데도 아직도 우리의 영어수준은 유감스럽게도 우리가 필요로 하는 위치에 아직도 이르지 못하고 있다.

왜 우리가 그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아낌없이 투자하고도 그로부터 얻는 대가는 실용적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음은 우리가 족히 알고있는 사실이다. 

간단히 말해서 언어습득은 습관으로 해야하는데 우리는 지식으로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구차한 설명은 더 늘어놓지 않겠다.

우리가 영어를 피부에 느끼게 접하기 시작한 것은 1945년 미국 군정 때에 비롯되었다.  모든 공문서는 군정청에서 영어로 전달되었다.  따라서 위로 보고하거나 의견을 내는 것도 모두 영어로 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무조건 항복하자 미국은 9월 초에 일본과 그 모든 영토를 점령하여 군정을 폈다.  1945년 9월 7일에는 연합군 최고사령관인 더글러스·맥아더 미 육군 원수의 그 무시무시한 소위 「포고령 제1호」가 「조선인민에게 고함」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다.  그 내용인즉 이제 조선에도 미국 군정이 실시되니 모든 조선인들은 딴 생각말고 그의 명령에 따르라는 것이었다.

이  포고령은 물론 영어원문과 한국어와 일본어 번역문으로 되어있다.  그런데 맨 끝에 맥아더 사령관의 계급은 영어에는 미합중국 육군원수로 되어있고 한국어와 일본어 번역에는 육군대장으로 되어있다.  이 착오의 원인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영어의 원수는 「General of the Army of the United States」이고 육군대장은 「General, the United States Army」인데 이것을 약간 혼동한 것이었다.  맥아더는 1944년에 이미 5성 장군으로 즉, 원수로 승진했던 것이다.

이 포고령에는 이와 같은 것 외에 몇 가지 오역이 있다.  아마 일본어 번역문을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나타난 것들도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그 당시 일본의 영어수준도 가히 짐작이 간다.

그건 그렇다고 치더라도 50년 이상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우리는 왜 영어라는 십자가 밑에서 벙어리 흉내를 내거나 이빨 썩은 아이 문어 다리 씹듯 종일 물고만 다니는지 왜 한 번쯤 싹둑 짤라먹지 못하는지 생각할수록 안타깝다.  영어가 무엇이길래 말이다.

 

 

/ 박춘호 (부경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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