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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창] 경선과 ‘악어의 논법’



‘악어의 논법’이란 게 있다. 고대 이집트의 전설에서 유래된 말이다. 나일강에서 놀고 있는 아이를 악어가 잡아갔다. 그의 부모는 자식을 돌려달라고 애걸했다. 그때 악어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아이를 돌려주겠는가, 안돌려주겠는가 이 물음에 대답할 수 있다면 아이를 돌려주겠다” 물론 악어는 애당초 아이를 돌려줄 생각이 없었으면서도 이런 게임을 던졌다.

만약 아이의 부모가 “돌려주겠지요”라고 대답하면 “틀렸다” 하고 아이를 잡아먹을 심산이었다. 반대로 “돌려주시지 않겠지요” 하면 “돌려줄 생각이었는데” 하며 결국 잡아먹을 작정이었다. 대단한 궤변이다. 


‘악어의 논법’이란 우리 속담의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와 맞먹는 말이다. 자기를 정당화하거나 합리화하기 위한 논리로 곧잘 비유되지만 이기주의적 억지논리에 불과하다.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경선이 치러지고 있다. 경선은 당원들이 후보를 선택하는 민주적 절차이며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합의를 깔고 있다.

그런데 경선 불복사태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쟁점화되고 있다. 이미 경선에서 탈락한 임득춘 순창군수가 군수출마를 선언한 상태이며 앞으로도 시장 군수와 도의원 경선에서 탈락한 예비후보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낼 것으로 보여 경선무용론마저 대두될 조짐이 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선결과에 불복하고 출마하는 경우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떨어져도 나가고 승리하면 더욱 좋고, 그래서 밑져야 본전이라는 식의 배짱을 깔고 경선에 참여하는 행위는 마치 ‘악어의 논법’을 연상시킨다. 아무리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도 이기주의와 교활, 억지논리라는 비난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만약 경선에 불복한다면 그 꼬리표는 개인의 명예에 두고두고 붙어 다닐 것이다. 97년 신한국당 대선 경선에서 결과에 불복한 민주당 이인제 고문은 지금도 그 멍에를 지고 있지 않은가.

민주당의 경선제도는 낙후된 우리나라 정치를 모처럼만에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중요한 정치실험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향식 의사결정 구조를 상향식으로 전환시킨 민주적인 시스템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정치판에 대한 불신과 식상감에 젖어있던 당원과 국민들의 관심을 촉발시킨 부수적인 효과도 만만치 않다.

실은 민주당은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침체될대로 침체돼 거의 관(棺)속에 집어던져진 상태였지만 국민경선방식이 시행되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경선방식은 뿌리내려야 하고 문제가 있으면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만약 경선의 공정성이 문제가 됐다면 탈당한 뒤 참여하지 말았어야 했다. 뒤늦게 문제제기를 하면서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나가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그리고 경선에 참여하는 당원들의 의사는 내팽개쳐도 괜찮다는 것인지 알 도리가 없다.

출마의 변도 구차하기 이를데 없다. ‘임기중 하던 일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출마한다’는 게 도대체 말이나 되는 얘기인가. 궤변치고는 엄청난 궤변이다.

아무리 ‘정치판이 개판’이라고는 하지만 정법의 논리가 통하고 정치도의가 살아있는 정치판을 만들기 위한 노력만큼은 정치인들이 보여주어야 한다.

악어의 의중도 모르고 힐난당하는 부모의 심정, 그것이 경선레이스에서 국민의 심정이나 당원의 심정이 돼서는 안된다.

/ 이경재 (본보 정치부장)

 

이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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