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잔치는 시작됐다. 모두에게 흥이 나는 마당이 되려면 우선 초대된 손님들은 기꺼이 참석해야 하고 대접하는 사람들은 손님들이 과식·편식하지 않고 영양분을 고루 섭취해 만족스런 눈빛으로 대문을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올해 상영작은 270여편. 다양하고 화려하게 산해진미를 차려놓았지만 도대체 어떤 음식부터 집어야 할지 망설여진다. 영화감상은 철저히 주관적인 것이기에 감이 낫다 배가 낫다며 논할 순 없지만 다른 이들이 추천하는 영화들에 잠시 귀기울이는 것도 한 방법.
우선 전주영화제의 특별기획 프로그램, 디지털 삼인삼색이나 ‘아마추어 영화감독’들의 작품, 디지털 필름 워크숍 작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 한국 단편의 선택 비평가 주간에 초대된 단편영화들은 말그대로 종합선물세트.
지난해 다큐에 이어 올해 애니메이션 비엔날레를 선보이는 영화제. 거장의 명작을 입맛대로 선택할 수 있다. ‘라울 세르베 회고전 단편 묶음’‘페도르 키투르크 특별전’‘체코 가족 단편’ 등 무겁고 어려운 소재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놓은 거장들의 작품은 올해 영화제의 기대품목이다.
사디즘, 사지 절단, 살인 게임, 누드촌 등의 단어에 익숙한(?) 엽기 매니아를 자처한다면 ‘쿠리 요지 단편(일본 단편 애니메이션)’‘살로, 소돔의 120일’‘시리즈 7’‘개 같은 나날’‘울리이 사이들 전작’ 등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각박한 세상, 텁텁함을 잃(잊)어버리고 싶은 이들은 동화의 세계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지미 그림블’‘한스와 마리 이야기’‘한여름 밤의 꿈’‘은하의 물고기’‘마법의 부싯돌’ 등이 관객의 기분을 한층 ‘업’ 시켜줄 것이다. 또 그동안 아이들 눈치 보느라 극장을 찾지 못한 가족들은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찾기를 권한다.
지난해 섹스머신이란 별칭으로 불렸던 ‘IKU’에 버금가는 영화 덤벅이 올해도 선보인다. 이름하야 ‘JIFF성인공동구역’. 성인임을 마음껏 즐기고 싶은 이들은 ‘호텔’‘죽어도 좋아’‘도쿄 X 에로티카’‘육체의 향연’‘천국에서 추방되다’ 등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자극적이고 화려한 영상, 신나는 음악, 현란한 춤, 열정적인 몸사위(?)를 보이며 배우들은 묘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영화 ‘헤이, 해피’, 뉴욕 사춘기 청소년의 하룻밤 이야기를 담은 ‘키즈’에서도 전혀 맛과 멋을 느낄수 있다. 단, 영화를 보며 마른침을 소리내 삼키거나 괜스레 헛기침을 늘어놓아서는 안 된다.
조은아 프로그램팀장은 연인들을 위해 육체적 고통을 공유하는 한 부부의 이야기를 다룬 일본영화 ‘사랑이란’을 권한다. “젼혀 과학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소재로 했지만, 이런 현상을 자연스럽게 사랑의 한 증거로 받아들이는 인물들의 마음이 너무나 아름답게 보여진다”고.
또한 동성애와 비동성애의 사랑을 탐구하는 홍콩영화 ‘섹스와 사랑의 지도’나 게이 커플의 멜러 ‘란 위’를 통해 본질적인 사랑에 대해 자문할 것을 권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연애에 관하여’‘굿 로맨스’‘나의 별’‘고 피쉬’등의 영화가 연인들의 발길을 기다린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고통이 따르는 법. 하지만 제대로 받아들인다면 또하나의 문화가 된다. 영화제는 영화에 대한 기존의 시각을 교정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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