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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전주국제영화제] 오늘 개막 이끌어 낸 자원봉사자들



“나는 전주국제영화제다. 살아 숨쉰다. 움직인다. 최선을 다하는 나의 축제는 반드시 성공한다.”

 

만발한 산수유 꽃무리같이 샛노란 점퍼를 입은 2백 82명의 2002전주국제영화제 자원봉사자(이하 자봉).

 

3.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서류와 면접심사를 통과한 이들은, 3월 9일 전체교육을 시작으로 각 팀별 세부교육에 들어갔다.

 

세부교육 참석률은 평균 80%. 올해 부쩍 늘어난 타 지역 참가자를 고려한다면 꽤 성실하게 운영된 편이지만 자봉 담당스탭들은 “월드컵 때문에 타격이 컸다”며 울상이다.

 

짐짓 오버액션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영화제 자봉들에게 주어진 책임은 막중하고, 그래서 단 한번의 교육이라도 소홀히 할 수 없기에 ‘오버’는 아니다. 

 

비상식적인 사건들이 만발하며 피어나고, 예상치 못한 일들이 우후죽순 뻗어나가는 현장이 바로 영화제. 주야를 가로질러 무풍지대를 막아설 이들은 바로 자원봉사자다. 그래서 영화제 자봉은 ‘자원봉사자’가 아니다.

 

이들은 영화제 현장 곳곳에서 만날 수 있고 실제로 그 현장을 책임지기도 한다. 해외에서 전주에 도착, 이곳에 오는 여정의 곳곳에서 자봉들을 만날 수 있고 영화나 부대행사를 보는 것도 자봉들의 도움이 없으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셔틀버스를 타고 각 상영장에 이르기까지, 안내부스 자봉들로부터 안내를 받아, 티켓을 구입하고 영화를 보는 것까지 이들은 각 활동구역에서 스탭들의 업무를 도와주고 때론 그 지역의 책임자로 영화제에 한 몫을 담당을 한다.

 

올해 자봉에 참여한 이들은 31년생 이만형씨부터, 84년생 오현민씨까지 강산을 다섯 번 넘게 변화시킨 세월을 뛰어넘었다. 또 전주뿐 아니라 서울과 경기도, 충북, 광주, 대구 멀리 부산과 울산까지 전국곳곳에서 모였다.

 

또한 지독한(?) 자봉들도 있다. 지금까지 2~3차례 치러진 세부 교육이 끝날 때마다 “동틀 때까지 술자리를 함께 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상영관 자봉들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메인상영관에서 활동하는 이진희씨(26)는 괌으로 떠나는 졸업여행을 포기하고 자봉을 선택했고 산림공익근무요원 최재영씨(26)는 영화제에 휴가를 반납했다. 또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다 잠시 휴학계를 낸 강진수씨(22)도 있다.

 

새내기 직장인 김혜지씨(24)는 자봉을 하기 위해 월차휴가를 미리 신청했고 박만수씨(29)는 낮에는 직장, 밤에는 심야상영장에서 활동을 할 계획이다. 영화제 기간에는 24시간 신체 풀가동이다. 3~40대 ‘아줌마 군단’이나 아무런 지역 연고도 없이 전주에서 활동하겠다고 원서를 낸 자봉들도 마찬가지다.

 

전주국제영화제 현장의 역사를 간직한 이들은 정하영(23), 정성혜(24), 서하나(23)씨. 3년 연속 영화제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한 베터랑. 명인홀에서 활동할 이진호씨(38)는 타지에서 오는 자봉 6명을 홈스테이 하기로 했다.

 

1회 영화제 자봉은 ‘영화제의 꽃은 자봉’이란 문장을 만들어냈다. 지난해는 한층 더 ‘업’한 모습으로 ‘공부하는 자봉, 능동적인 자봉’의 칭호를 들었다.

 

1회 자봉이며 2년차 자봉담당스탭인 김순자씨(27)는 “올해는 유달리 더 적극적이인 자봉들이 많다”고 한다. 명확한 이유도 없이 삿대질 당하거나 멱살 잡히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때론 “수고한다”는 말 한마디에 감동의 눈물을 쏟아내는 영화제 현장. 세 번째 자봉들이 보여줄 상식과 여유는 어떤 표정일까.

 

어쨌거나 찬란한 2002년 전주의 봄은 노란 산수유 빛으로 물들여 질 것이고 전주국제영화제는 이들이 있어 더욱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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